세계일보

검색

[생명을 살리는 한마디 "괜찮니?"] 인터넷 강국에 숨겨진 자살 그림자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7-11-03 23:25:00 수정 : 2017-11-06 09:33: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터넷·컴퓨터 보급률 세계 최고 / 자살유해정보 SNS 통해 유포 / 민·관 협력체제로 대책마련 시급 30대의 건장한 남성인 A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 자살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그 글에는 함께 자살을 하자는 글과 언제 어디서 모이자는 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함께 자살을 하기로 한 당일, A씨와 2명의 동반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모였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A씨는 강도로 돌변, 피해자를 폭행하고 피해자로부터 1200만원가량의 물품을 빼앗았다. 이는 픽션이 아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강도사건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인터넷 보급률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유·무선을 포함해 인터넷 보급률이 97.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컴퓨터 보급률 역시 81.9%로 높게 나타났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 보아도 우리나라만큼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을 제대로 부작용 없이 잘 활용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분명 온라인 강국에 속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나라다.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자살유해정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는 십수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 징조는 온라인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살예방을 위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온라인상에서도 똑같다.

매년 인터넷 자살유해정보 신고대회가 열린다.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경찰청 누리캅스가 진행하는 이 대회는 올해에도 열렸다. 약 2주간에 걸친 대회 기간 중 신고된 자살유해정보는 1만2108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신고된 건수보다 약 33% 증가한 수치다. 1년 사이에 약 3000건이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이 기간에 신고된 자살유해정보가 현재 자살유해정보의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회기간 중 포털, 커뮤니티, SNS, 기타 사이트, 자살 사이트 등에 유포되고 있는 각종 자살유해정보가 신고된다. 대회 결과 자살유해정보는 그중에서도 SNS를 통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반자살 유해정보의 대다수는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SNS가 동반자살 모임의 ‘장’이 되고 있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아가 모니터링단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이처럼 심각한 자살 충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비상한 협조체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SNS는 이미 동반자살을 위한 모임의 장이 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시시각각 위험에 빠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반자살 모집에 대한 정보는 계획적인 다른 범죄의 수단이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성범죄나 장기밀매 등 인권침해 범죄와 연계될 우려가 있는 사안도 수시로 발견된다.

강지원 변호사
그런데 우리 사회의 대응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SNS상의 정보를 토대로 추적 등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있기에, 단순히 112 접수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사이버수사대가 개입할 수 있도록 체제정비나 인력확충 등은 불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민간 관계사의 협력문제가 절실했다. 동반자살 모집정보가 가장 많이 확인된 트위터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는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의 문제에 관해서는 민간 관계사와 법집행을 위한 국가기관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의무가 법률에 근거하든 민간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에 근거하든 이를 다툴 필요는 없다. 인간의 생명 앞에 그 누구든 책임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범죄를 위해 사용되는 인터넷이라면 더 이상 안 된다. 인류의 생명을 지켜주고 인류의 삶에 유익한 참된 인터넷 강국이 되기 위해 민·관 모두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강지원 변호사

본 칼럼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세계일보가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진행하는 연재형 기고문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