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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가는 다문화 교육] 토박이 학생들 떠난 동네, 게토화 우려… ‘갈라지는 교실’

입력 : 2017-11-01 18:48:44 수정 : 2017-11-03 20: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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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편견에 얼룩진 학교 현장 / 다문화학생 갈수록 늘어 11만명 육박 / 차별도 심해 학업중단율 최대 2배 높아 / “분위기 흐려” 일반 학생 떠난 학교엔 “적응 쉽다” 다문화 학생들 되레 몰려 / “학부모들, 자녀 교육 문제엔 폐쇄적… 편견 앞에선 어떤 정책도 효과없어  한국의 다문화 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외국인 주민은 2006년 54만명에서 2015년 171만명으로 10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다문화 학생도 지난 4월 기준으로 11만명에 달한다. 전국 초·중·고 학생 100명 중 2명이 다문화 학생인 셈이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시작된 다문화 정책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세계일보는 다문화 교육 현장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더불어 가는 다문화 교육’을 3회에 걸쳐 싣는다.
#1.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김은영(44·여·가명)씨는 올해 초 서울 금천구에서 경기 김포시로 이사했다. 오랫동안 금천구에 살았지만 4∼5년 전부터 중국동포가 급격히 늘면서 딸아이의 학교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씨는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아무래도 아이의 안전이 걱정됐다”며 “조선족(중국동포) 학생이 많아지면서 우리처럼 다른 지역으로 떠난 집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 지난 3월 서울 A초등학교에서는 한 담임교사가 같은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중국계 다문화 학생들을 ‘차이나(China)’라고 불렀다가 교육당국으로부터 인권교육 명령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는 당시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차이나라고 부른 것은 다문화 학생을 다른 학생들과 구별 지을 수 있는 모욕적인 언행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는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교육현장에는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편견이 팽배하다. 어린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다문화가정 학생·학부모를 경계하고,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학교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다문화가 미래 경쟁력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문화 학생 10만 넘었는데… 차별은 여전

1일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전국 다문화 초·중·고 학생은 10만9387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201명(10.3%)이 늘었다. 다문화 학생은 2012년 첫 조사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중도 1.9%까지 올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3.1%로 가장 높고 중학생이 1.2%, 고교생이 0.6%다.

문제는 다문화 학생이 계속 늘면서 이들이 겪는 차별이나 부적응 현상이 심화하는 데 있다. 지난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양승주 교수 연구팀이 교육부 의뢰로 수행한 ‘다문화가정 자녀의 공교육 진입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 다문화 예비학교 재학생의 17.4%가 국가나 피부색, 언어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문화 예비학교란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 국내 성장 다문화 학생 등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교육을 하는 일종의 ‘공교육 진입 전 과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다문화 예비학교 학생 13.9%가 언어와 학습 부담감으로 일반 학교로의 전학을 꺼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일반 학교로 옮기는 것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비율이 8.1%로 높은 편이었다.

◆일반 학생 떠난 학교로 몰리는 다문화 학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다문화 학생도 상당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학생 학업 중단율은 초등생 1.24%, 중학생 1.69%, 고교생 2.76%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이는 일반 초·중·고 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각각 0.98%, 0.96%, 1.35%인 것과 비교할 때 많게는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서울 구로구 B초등학교 교감은 “부모를 따라 중도입국한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못하는데, 이들이 수업을 따라갈 수 없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학업을 쉽게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자녀의 학업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일반 학생들은 면학 분위기나 안전 등을 우려하며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를 떠나고, 다문화 학생들은 적응하기 쉽다는 이유로 오히려 다문화 비율이 높은 학교로 몰리는 상반된 현상도 나타난다. 한국행을 준비 중이거나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 사이에서는 서울 서남권 지역 학교들이 ‘명문’으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깊은 교육당국… “인식부터 변해야”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의 학부모 간 교류도 녹록지 않다. 서울 금천구 C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장을 맡은 유영숙(44·여·가명)씨는 “학부모회 차원에서 다문화 학부모의 참여를 계속 독려하지만 일을 하러 가는 경우가 많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시간이 있어도 참여를 잘 안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한국인) 학부모 중에는 중국에서 온 분들이 공중도덕 개념이 별로 없다며 만나길 꺼리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이 ‘게토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격리지역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소수 인종이나 종교집단이 거주하는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다문화 교육정책을 들고 나와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다문화에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며 “교육청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국균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 인식개선팀장은 “우리 국민이 사회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이중잣대적 시각이 이주민이나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과 별로 상관이 없으면 굉장히 허용적이고 포용적인데, 자녀의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는 현상에는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 현장이나 사회에서 다문화 학생을 특수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대상으로 인식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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