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선출은 장관급 출신 ‘올드보이’ 귀환 행렬의 시작일지 모른다. 꼬리를 물고 이어질 여타 경제·금융단체장 선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연합회장 하마평에 홍재형(79)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김인호 회장 사퇴로 공석이 된 무역협회장에 전윤철(78) 전 감사원장이 오르내리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두 인사 모두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고위 관료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도 거론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은 홍 전 부총리에게 쏠린 상황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홍 전 부총리로 정리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은행가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당국 인사는 “홍 전 부총리가 상당한 의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관료들의 귀환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나이도,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문재인정부에 부담이다. 관가에선 “후배들 생각은 안 하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일었던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론이 흐지부지되고 ‘도로 관피아’가 됐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업무상의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인사는 “한때 모시던 분이 피감기관의 수장으로 가 있는데, 협조를 구하거나 당부할 일이 있을 때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30일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감에서 “금융협회장 하마평을 보면서 제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다. 거론되는 분들 중에는 이십몇년 전에 금융수장을 했던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분들이)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지금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할까. 그 선배들이 계시는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협회의 요구에) 과연 ‘노’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도저히 이런 분들이 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대통령에게) 진언을 하시라”고 말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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