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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두 번째 모델 ‘프렌즈’/번역기능 강점… 지난주 판매 돌풍/내달 출시 카카오 ‘미니’ 예약 매진/대표 인터넷기업 진짜승부 시작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스피커로 맞붙었다. 네이버는 AI 스피커 ‘웨이브’에 이어 지난 26일 2차 모델로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로 디자인한 AI 스피커 ‘프렌즈’의 판매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지난달 18일 사전 예약을 통해 AI 스피커인 ‘카카오 미니’ 3000대를 예약판매했고, 11월 둘째 주 정식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할인판매로 관심 모으는 데는 성공

포털과 메신저를 운영하는 국내의 대표 인터넷 기업이 만든 AI 스피커에 대한 초기 관심은 높은 편이다. 지난 5월 네이버의 웨이브 한정판매는 30분 만에 마감됐고, 2차 판매도 하루 만에 ‘완판’(매진)으로 끝이 났다. 수량 제한 없이 지난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네이버의 두 번째 AI 스피커 모델인 ‘프렌즈’도 인기를 얻고 있다.

30일 네이버 관계자는 “웨이브는 2차에 걸쳐 8000대가 판매됐고, 프렌즈는 판매 하루 만에 1만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카카오 미니의 예약판매도 관련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 속에 약 40분 만에 끝이 났다.

IT 업계는 양사의 AI 스피커가 이 같은 인기를 얻은 것은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상품을 묶어 대규모 할인행사를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사의 스피커는 정가가 10만원이 넘지만, 1년간 음원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상품을 포함해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스트리밍 상품을 이용하면, 스피커를 공짜로 주는 셈이다.

포털사들이 AI 스피커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가격 경쟁을 당분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로서는 AI 스피커를 값싸게 구매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AI 스피커가 시기상조”라거나 “아직 AI 스피커라고 부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말 잘 알아듣고, 선곡 능력 탁월

실제 양사가 출시한 AI 스피커의 성능은 어느정도일까.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을 연 아마존 ‘에코’와의 비교라는 ‘혹독한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면, 두 스피커의 ‘음성 인식’ 자체에 대한 성능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

1년여 전 국내에 음성인식 스피커가 첫 선을 보일 때의 수준과 비교하면 환골탈태다. 적어도 목청을 높여 ‘헤이 카카오’, ‘샐리야’ 같은 ‘시동어’(스피커를 깨우기 위해 부르는 말)를 몇 번씩 외칠 필요 없이 평소 목소리 크기로 말해도 잘 알아듣는다. 음악 재생 중에도 소리가 너무 크지 않다면 문제없이 인식을 한다. 다만 양사 모두 발음 인식 기준은 표준어에 맞춰져 있어 사투리가 심하다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시연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우위를 따지자면, 앞서 음성인식 스피커 판매를 시작한 네이버 쪽이 더 안정적이고 오류도 적다는 느낌이다.

또 기존 AI 스피커는 한 문장을 알아듣고 이를 수행하는데 그쳤지만, 이제 날씨, 인물 정보와 같은 일부 영역에 한해서는 여러 문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도 갖췄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라고 물으면 스피커는 현재 위치한 지역의 날씨 정보를 알려주고, 이어 “부산은” 또는 “내일은”이라고만 물어도 해당지역 또는 다음날의 날씨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아주 똑똑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하고 물으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답하지만, 이어 “미국은” 이라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미국의 대통령은” 하고 물어야 답이 나온다. AI 스피커는 아직 포털의 정보 중 극히 일부만 활용할 뿐이다.

음악 재생 능력은 대동소이한데, 미니와 프렌즈 모두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취향에 따른 음악을 선곡할 줄 안다. 사용자 데이터가 쌓일수록 보다 취향에 가까운 곡을 선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 재생엔 시간대나 날씨 등도 고려한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출근시간·밤·계절 등 상황에 어울리는 테마 음악을 재생을 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듣고 싶어하는 국내 음원을 찾아 재생하는 AI 스피커의 능력은 탁월하다.

개별 음원 검색 방법은 카카오 쪽이 더 다양하다. 카카오 미니에서는 작사, 작곡가별 노래 검색도 가능하다. 음악 외에 두 스피커 모두 팟캐스트 ‘팟빵’과 제휴를 맺고, 팟캐스트 재생 서비스를 지원한다.

카카오, 뉴스·카톡 연동, 네이버는 어학 특화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들도 있다. 카카오의 강점은 뉴스 읽어주기와 카카오톡 연동 기능이다.

카카오 미니는 제휴 언론사가 제공하는 녹음된 뉴스 외에, TTS(문자-음성 전환 기능)를 통해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 등을 읽어준다. 이 기능의 범위를 넓힌다면, 포털에 있는 더욱 다양한 정보를 스피커를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나 뉴스 등의 정보를 자신이나 등록된 타인의 카카오톡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음성으로 메모를 하면, 내 카톡 아이디로 전송돼 나중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듯이 카톡 문자도 음성으로 보낼 수 있다.

아쉽게도 수신된 카톡을 읽어주는 기능은 아직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문자 내용을 확인할 가능성 때문에 관련 기능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듣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알람음으로 설정할 수 있고, ‘스무고개’ 게임 같은 소소한 즐길거리도 있다.

네이버 프렌즈는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 엔진을 탑재,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번역 기능을 제공하며, 비록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영어 대화도 할 수 있다. 아직 일부긴 하지만 전등(필립스 휴)을 켜고 끄거나, TV와 셋탑박스의 전원·채널을 조정하는 등 IoT(사물인터넷) 연동 기능을 갖췄다.

프렌즈 등 네이버 스피커는 질문과 대답을 미리 지정해 놓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편번호” 등의 질문과 “그건 너”, “공삼일칠오” 와 같이 답을 저장해 놓고 해당하는 질문을 던지면, 정해진 대답을 내놓는다. 평소 자주 쓰는데 기억이 안 나는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거나, 이 기능을 활용해 깜짝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다.
프렌즈는 무선, 미니는 외부 출력 강점


사양 면에선 프렌즈 쪽이 10W로 카카오 미니보다 출력이 3W 더 높고, 배터리 내장으로 5시간 전력 공급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또 프렌즈는 최신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USB 타입C 충전 케이블과 5V의 어댑터를 사용해 어디서나 쉽게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출력이 높다고 더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양사 스피커 자체 성능은 가격과 기능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카카오 미니는 정작 본체 크기는 작지만, 전용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고, 항상 전원이 연결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 이동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반면 AUX단자를 이용해 오디오 등에 유선으로 연결해 부족한 스피커 출력을 보완할 수 있고, 탑재된 USB 단자로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다.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파트너 확보전도 치열


사실상 AI 스피커를 둘러싼 양사의 실질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모두 AI 스피커를 출시한 만큼, 자존심과 시장 확보를 위한 서비스 고도화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조만간 택시, 주문 배달 서비스를, 네이버도 11월 중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를 추가하고, 쇼핑, 예약, 메시지 음성 제어 등의 기능을 순차적으로 덧붙일 계획이다. 모니터 탑재형 스피커 등 새로운 형태의 기기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업체들을 살펴보는 것도 향후 스피커를 비롯한 AI의 진화 방향과 경쟁구도를 예상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네이버의 AI 파트너사는 LG전자, LG유플러스, 우리은행, YG, 배달의 민족, IWAY, 필립스 휴, 코웨이 등이다. 카카오는 AI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GS건설, 이지빌, 포스코건설, 로엔, 롯데정보통신, 코맥스, KEB하나은행 등과 제휴를 맺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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