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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공공의창 공동 조사] 공론조사 확대 도입 83%가 찬성… ‘숙의민주주의’ 원한다

입력 : 2017-10-30 18:38:06 수정 : 2017-10-30 2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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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공공의창 공동 조사 / 신고리 조사 활동 신뢰도 높아 / 공론화 통한 정책 결정 긍정적 / ‘기구 상설화’도 72.7%가 공감 / 佛·加·美 등 독립된 기구 선례 / 정부 ‘결과 수용’ 법적의무 없어 / 난제 해결 ‘정치적 카드’로 활용 / 갈등 과제 최종 결정 놓고 논란
지난 13일 충남 천안 계성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이 원전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종합토론에 참여해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일보와 ‘공공의창’, ‘타임리서치’가 25일 실시해 30일 발표한 조사(1006명 대상,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에선 국민이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결정이나 국회 표결 등 대의민주주의적 의사 결정을 넘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정책결정(숙의민주주의)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의민주주의가 갈등이 첨예한 국가적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83.2%가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 과정에서 활용한 ‘공론조사 확대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72.7%가 공론조사를 시행·관리하는 ‘기구 상설화’에 대해 찬성했다.

◆공론조사 확대 83.2%…숙의민주주의 요구 높아

‘국가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을 하거나 중요한 법률제도를 바꿀 때 시민들이 토론하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공론조사 도입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83.2% 중에서도 ‘매우 공감한다’고 말한 비율이 전체의 59.6%에 달했다. 별로 공감하지 않거나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한 비율은 각각 10.2%, 5.7%에 그쳤다.

신고리 공론조사 직후 시행된 이번 조사에서 공론조사 도입 요구가 높은 것은 신고리 공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고리 공론화위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 공론조사 도입을 찬성한 비율은 무려 94.9%를 기록했다. 공론화위 활동에 부정적인 이들 중에서도 반수 이상(62.2%)이 공론조사 도입에 공감했다. 공론화위 결론과 관계없이 공론조사 자체에 호의적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공론화 상설기구 설치에 찬성한 의견도 72.7%(매우 공감 42.0%, 어느 정도 공감 30.7%)로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24.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론화위 활동에 긍정적인 이들의 86.2%가 기구 상설화에 찬성했지만, 부정적 응답자의 경우 의견이 찬성 48.5%, 반대 47.9%로 갈렸다. 연령별로는 20대(94.5%)가 공론조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60대 이상도 70%로 공론조사에 높은 지지를 보였다.

◆“상설기구 만들어도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고리 공론화위 권고안 수용 의사를 밝히며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도입을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국무조정실은 각 기관에서 공론화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72.7%가 도입을 찬성한 공론화 상설기구는 프랑스와 캐나다, 미국 등에 전례가 있다. 특히 중앙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공론화 기구의 대표격인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책사업갈등조정토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모델이다. 다만 독립 공론화 기구가 있는 나라에서도 공론화 결과를 정부가 100% 수용하도록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무적으로 공론화 결과를 수용하라고 한다면 정부의 책임 방기이며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선례에선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공론화 결과를 따르거나 따르지 않는 이유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대의민주제적인 합의에 기초해 정부가 결정 책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을 만드는 방법이다.

어느 분야에서 어떤 정책결정이 공론화 소재가 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공론화를 하지 못할 분야는 없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거대담론보다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생활 밀접 분야에서 공론화의 창의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정책 전환이라는 중앙정부 차원의 거대담론에 대한 공론화는 신고리 5·6호기가 첫 사례이지만, 이전에도 지역 행정 현장에서 마을 관광안내판 설치나 쓰레기장 설치 등 갈등 사안에 공론화가 활용된 사례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차기 공론화 소재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신고리 공론화위가 에너지 전환 관련 권고를 한 것이 월권이라며 탈원전 공론화를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부는 ‘탈원전은 이미 정해진 공약이자 정책 방향이며 이번 공론화위 권고로 국민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 갈등 사안 조정을 다루는 국무총리실이 이번 공론화위 활동에 고무돼 여러 갈등 사안에 공론화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 전국민적 관심 사안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개헌문제가 다음 공론화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론화는 정부가 정책적 딜레마 상황에서 선택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며 공론화가 정부에 정책 전환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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