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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알프스 밤공기에 실린 클래식 선율… 천상의 평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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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0 06:00:00 수정 : 2017-10-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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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창문 너머 유난히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호수로 향한다. 지난 며칠 동안 큰 행복을 선사해준 호수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아침의 새소리는 아름다운 플루트의 음색처럼 귓가에 내려앉고 물가에서 잠을 깨우느라 날갯짓을 퍼덕이는 백조와 오리의 울음은 빠른 박자의 오보에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수 공연 중 모차르트 마술피리 한 장면.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클래식의 향연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아침은 루체른 호수 나무의자에서 맞이한다. 이번 여행은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해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까지 수상 오페라와 실내 음악회, 고대 원형 경기장에서의 야외 오페라, KKL홀에서의 교향곡까지 다양한 음악과 볼거리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수 공연 중 푸치니 투란도트 한 장면.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호숫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작가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호수 달빛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귀를 통해 심장에 전달됐고, 때로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밤 공기에 실려 온 클래식의 선율은 피부에 살포시 내려앉아 온몸을 감싸주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즐긴 음악회는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마음의 평안함을 안겨주었다.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만큼 수많은 축제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이번 여정은 클래식과 오페라를 아주 가깝게 경험할 기회를 선사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즐기고 싶은 축제가 다르겠지만 클래식의 고향, 유럽의 음악 축제는 녹음된 음악이 아닌 현지에서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에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중 극장에서 열린 클래식 공연.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고대 원형 경기장에 열린다. 베르디의 나부코 공연이 한창이다.
더구나 알프스를 중심으로 수려한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 위에 어우러진 클래식 음악은 유럽 문화와 역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 전설적인 지휘자와 함께 뛰어난 음악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일정이었지만 호수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한 휴식으로 이끌어 주었다. 공연의 감동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주변의 도시를 둘러볼 수 있었던 기회는 음악의 풍요로움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브레겐츠에서 머물면서 다녀온 장크트 갈렌.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원 지구를 비롯해 구시가지는 천천히 산책하면서 역사의 깊이를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16세기부터 내려오는 다채로운 빛깔로 채색된 가옥은 매우 인상적이며 매력적이었다. 한나절의 조용한 여행으로 다녀온 린다우 역시 중세와 바로크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선물해 주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음악축제를 즐기고 이탈리아 베로나로 향하던 중 들른 소국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타라스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의 여정은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알프스 고원에 폭 안긴 초록빛 계곡과 대지에서 만나는 끝없이 펼쳐진 장관은 자연의 위대함과 유산을 경험하게 했다. 이탈리아의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백운암 산맥, 돌로미테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두 번째 음악축제 도시였던 베로나는 로마 다음으로 로마 시대의 많은 유물이 풍부히 남아 있는 중요한 유적지였다. 오페라 공연장으로 쓰인 로마 원형 경기장 아레나에서 저녁시간마다 만난 새로운 무대의 오페라는 여러 편의 명화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베로나에서 머물면서 호수를 끼고 돌아나가는 작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 50여분 달려 방문한 시르미오네는 마치 가루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은 아름다운 장소로 안내한다. 또 인근의 와이너리 역시 끝없는 포도밭이 호수 물결처럼 초록 너울을 선사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린 KKL홀의 클래식 공연 모습.
마지막 음악도시 루체른을 방문하기 위해 이탈리아 국경선을 지나면서 들른 ‘벨린초나’는 스위스령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고대도시였다. 15세기에 건립된 3개의 성곽이 지친 여행객을 위로하며 우아하게 서 있었다. 루체른에서는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에 오르기도 하고 ‘천사의 마을’인 ‘엥겔베르크’에서 알프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티틀리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해가 진 저녁시간마다 음악의 선율이 마음에 와닿고 태양이 높이 솟아 있는 낮 시간에는 자연의 색상이 다채로운 빛깔을 띠며 시야를 트이게 했다.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렌트한 차량을 반납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 전경.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생각을 더듬는 동안 어느새 호수 공원에는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어우러져 분주하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마지막 날의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즐겼다. 호텔에서의 체크아웃을 미뤄두고 루체른 시내로 산책을 나선다. 호수를 따라 카펠교가 보이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몇 가지 기념품을 사기 위해 골목길의 작은 가게들을 방문한다.

유명하다는 초콜릿을 사들고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설렘 가득한 관광객과 더불어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그들의 생활 한쪽으로 초대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호텔에서 내년 시즌에 꼭 다시 방문하라는 인사를 건네받고 렌터카에 짐을 옮겨 실었다. 브레겐츠에서 취리히 공항까지 2시간을 달려 차량을 반납하고 공항으로 들어선다. 기나긴 여정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온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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