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사후 활용안 '백지'… 평창올림픽 시설 '애물단지' 되나

입력 : 2017-10-15 19:37:54 수정 : 2017-10-15 22:33: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연 120억 적자… ‘돈 먹는 하마’ 우려 / 올림픽 개최 열기 ‘골든타임’ 놓치나 올림픽은 월드컵 등 여타 국제규모 스포츠 이벤트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 바로 국가가 아닌 도시 단위로 개최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이 특정된 작은 지역에 집중투자돼 올림픽 개최 뒤 남은 인프라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서울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단계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났다. 하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인구 5만여명의 소도시 평창과 인구 21만명의 중규모 도시 강릉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이 일방적인 국가 주도로 준비되면서 정작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이 거대한 올림픽 인프라를 감당할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관리 비용 때문에 올림픽 유산은 ‘자산’이 아닌 ‘짐’이 돼 오히려 지역 전체 삶의 질이 피폐해지는 역설적 결과를 불러온다. 따라서 관건은 어떻게 올림픽을 지역사회의 저주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이다. 이에 세계일보는 지역사회와 유리된 채 질주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현실을 짚어보고 올림픽을 통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킨 솔트레이크시티, 릴레함메르, 밴쿠버를 찾아 성공적인 사후 활용 방안을 5회에 걸쳐 모색한다.

지난 9월 29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 116에 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관령 환승주차장 전경. 외진 곳에 터를 잡아 차량 통행이 적고 아직 주차장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황무지 상태다.
평창=안병수 기자
◆올림픽 시설 ‘돈 먹는 하마’ 될 위기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 중소규모 도시에서 치러져 이런 ‘역설’의 우려가 큰 대회다.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강원도 지역에 투입된 예산은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경기장 건설에 8800억원, 고속철도, 접근도로망 확충 등 인프라와 부대시설 조성에 11조여원이 배정됐다. 이 예산의 대부분이 이들 두 지역을 중심으로 투입됐고 대회가 끝난 뒤 인프라의 형태로 고스란히 해당 지역에 남는다. 하지만 이는 지역사회에 막대한 운영비용만 요구하는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이 이 인프라를 감당할 만한 수요를 창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강원도 지역 시민단체들은 2015년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를 위한 청원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2014년 말 IOC가 개최도시나 국가 밖 올림픽 경기 개최를 허용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근거가 마련되자 위험 분산과 사후 활용 최적화를 위해 국내 지역 분산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정부는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의지가 확고했고 결국 분산 개최 운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분산 개최 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경기장 시설 활용 방안 부재, 환경문제 등 난맥상이 너무나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도”였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아직도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플랜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수요 창출은커녕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조차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경기장은 평창슬라이딩센터,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인 강릉오벌, 강릉하키센터 등 3곳이다. 2016년 착공돼 1163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9월29일 완공된 올림픽플라자는 올림픽 개폐회식과 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단 4일만 사용한 뒤 철거해 기념공원화한다는 기본구상만 있을 뿐 아직 구체적 설계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IOC로부터 오는 10월까지 평창올림픽 시설 사후 관리 대책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아직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후 활용 방안이 결정된 곳도 운영 주체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 중이다. 대회 종료 후 경기장 운영 권리가 조직위원회에서 해당지역 지자체로 이관되지만 강원도는 난색을 표하며 사후활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3개 경기장 외에 스키점프센터, 크로스컨트리센터, 바이애슬론센터 등 총 6개 전문체육시설의 국가 관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국가관리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 9월22일 국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모두가 제일 걱정하는 게 사후활용문제와 재정부담이라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법 개정은 그것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수천억원이 투입된 인프라의 운영권을 두고 국가와 지자체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운영적자가 한해 최대 120억원으로 예측되는 등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내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될 강릉오벌.
서필웅 기자

강릉하키센터 전경.
서필웅 기자
◆올림픽유산 활용 콘텐츠 확충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사후활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회 종료까지 불과 5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빠른 타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지곤 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은 “원칙적으로는 정부나 조직위가 올림픽 운영까지만 담당하고 이후 시설들은 지자체가 소유해 해당 시군에 위탁 관리해야 하지만 평창올림픽 시설의 경우는 한 시군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버거운 시설들”이라며 “중앙정부와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 3개 기관에서 협업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올바른 관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빠른 타협이 필요한 이유는 경기장 사용 용도와 운영주체보다 더 중요한 ‘사후활용 콘텐츠’를 하루빨리 확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이 사후활용 체제로 용도변경이 됐다 하더라도 이에 맞춘 관광, 생활체육, 교육 등 프로그램이 사전에 갖춰져야만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고 향후 원활한 운영을 위한 수요유지가 가능하다. 올림픽 열기가 식기 전 이들의 발길을 잡아두지 못하면 자칫하면 대회가 끝난 뒤 파리만 날리는 경기장만 남아 지역 사회의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개최됐던 캐나다 리치몬드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솔트레이크의 경우 인구 20만명으로 강릉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철저한 사전 플랜과 올림픽유산 활용, 시민체육시설화 등 전략에 맞춘 충실한 콘텐츠 확충을 통해 대회 후 사후활용에 성공했다”면서 “시설이나 교통 등 인프라가 지어졌다고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시설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강릉=서필웅·안병수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