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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천구 女공무원 “우리도 야간 숙직 서요”

입력 : 2017-10-10 23:17:14 수정 : 2017-10-10 23: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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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명 동참… 양성평등 실천 서울 양천구 여성 공무원들이 남성직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야간 숙직에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해 초 직원들의 독서토론회에 참가한 김수영 구청장이 ‘여성직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빈번하게 돌아오는 숙직 때문에 남성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다 양성평등 차원에서 여성직원도 숙직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타진하면서 여성직원 숙직을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천구 야간 숙직에는 여성직원 58명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2명씩 조를 이뤄 숙직하고 있다. 여성직원은 3명의 남성직원과 함께 야간 숙직근무를 한다. 숙직자들은 직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당직실에서 근무하면서 야간에 발생하는 민원을 처리한다.

주택가가 밀집한 양천구에서 가장 많은 야간 민원은 불법주차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차지하고 있다. 숙직자들은 ‘연락처도 없는 차량을 빼달라’는 민원전화가 수시로 걸려와 견인차 업체에 연락해 이를 해결하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양천구 여성직원이 야간 숙직근무를 하면서 민원전화를 받고 있다.
양천구 제공
로드킬 당한 개나 고양이 등의 사체를 치워 달라거나 유기견 처리를 요구하는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온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여성직원들도 남성직원들과 똑같이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나가 일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여성직원의 숙직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남성직원들 사이에서는 숙직이 주는 것은 좋지만 “일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야간 민원전화를 여성직원들이 상냥하게 받는 데다 성별 구분 없이 똑같이 민원업무를 처리하면서 시행 초기 우려는 깨끗이 해소됐다.

여성직원들의 숙직이 늘면서 그만큼 숙직을 서는 횟수가 줄어들자 남성직원들도 환영하고 있다. 양천구의 당직 대상자는 582명이다. 이 중 남성직원 305명이 일·숙직을 선다. 여성직원은 일직에 219명, 숙직에는 58명이 참여하고 있다. 양천구의 전체 직원 1372명 중 여성직원은 52.3%(718명)를 차지하고 있다.

양천구는 2층에 별도의 여성 숙직실을 설치했다. 야간 민원이 많은 자정까지는 숙직에 나서는 5명의 직원이 전원 근무를 한다. 민원이 뜸한 시간대에는 숙직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피로를 푼다.

양천구 장선희 주무관은 “주차문제와 소음 등을 호소하는 민원전화가 많이 와서 바쁘지만 일을 분담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처음에 낯설어하던 남성직원들도 보이지 않게 도와줘 여성직원들이 야간 숙직근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숙직 직원에게는 6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며 다음날은 비번이다. 목요일 숙직에 참여하는 여성직원들은 실질적으로 금·토·일요일을 쉴 수 있다. 이 때문에 결혼준비를 하거나 가사를 처리해야 하는 여성직원들에게는 금요일 오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희망자가 꾸준하게 느는 추세다. 양천구는 여성직원이 급증하고 숙직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숙직 요일과 인원수 확대를 검토 중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남성직원들이 숙직근무를 자주 서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 양성평등 차원에서 여성직원 숙직을 제안했다”며 “여성직원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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