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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문화재 환수, 신뢰감 중요… 소장자 마음 열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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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9 21:00:13 수정 : 2017-10-09 22: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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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 “도쿄 한복판의 고미술상에서 이선제 묘지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죠.”

2014년 10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일본 소재 우리 문화재의 실태를 조사하던 중 이선제(李先齊·1390∼1453) 묘지를 처음 발견했다. 재단 측의 조사 결과 묘지는 1998년 6월 국내 문화재 밀매단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15세기 조선의 묘지였다. 재단 측은 일본인 소장자 도도로키 구니에(76·여)씨를 설득한 끝에 지난 8월 순수 기증의 형태로 묘지를 환수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2일 만난 강임산(49)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개인 소장품을 매입이 아닌 기증 형태로 환수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묘지 기증 의사를 기꺼이 밝힌 도도로키 부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998년 일본에 불법 반출된 ‘이선제 묘지’를 지난 8월 환수했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문화재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이선제 묘지는 재단의 일본사무소에 근무 중이던 김성호(46) 대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재단 측은 현지에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선제 묘지의 문화재적 가치를 확인했다. 강 팀장은 “보통 해외 실태조사에 대한 보고서가 들어오면 문화재의 반출 경위와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한다”면서 “이 기준으로 환수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선제 묘지의 반출 경위는 19년 전 그려진 두 장의 그림에 의해 확인됐다. 묘지는 일본으로 반출되기 약 한 달 전인 1998년 5월 밀반출 시도가 있었다. 당시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에 근무 중이던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과 최춘욱 감정위원은 묘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반출을 불허했다. 이들은 묘지를 그림으로 남겨 당시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에 제보 조서를 보냈다. 강 팀장은 “그 그림이 없었다면 묘지의 반출 경위를 규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제 묘지 앞면 사진(왼쪽)과 1998년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이 남긴 그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강 팀장과 김성호 대리는 도도로키 부부를 만나 묘지의 환수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도도로키 다카시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환수에 시일이 소요됐다. 재단 측은 도도로키 다카시씨의 부인인 도도로키 구니에씨를 만나 기증의 필요성을 거듭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묘지의 반출 경위는 도도로키씨를 설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 팀장은 “선의취득이 인정돼 묘지의 법적 소유권은 도도로키 부부에게 있었다”면서 “이선제의 후손인 광주이씨 문중이 애타게 찾는 유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도도로키 부부는 유물이 사랑받는 사람의 품으로 가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유물의 성격이 알려진 상황에서는 팔기 어려우니 한국에 기증하면 명예로울 것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이선제 묘지는 처음 발견된 뒤로 3년여 만에 환수가 결정됐다. 강 팀장은 “문화재 환수는 경험적으로 볼 때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상대의 의지가 없거나 응하지 않으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 신뢰”라며 “그러다 보니 환수를 위한 사전 조사와 설득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이 어렵다면 ‘문화재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문화재적 가치가 큰 유물은 적법절차를 거쳐 환수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현지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문화재는 국경을 넘어 인류 모두의 것이기도 하므로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것도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환수(還收)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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