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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칼럼] 상생의 리더십 발휘한 위대한 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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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8 20:05:59 수정 : 2017-10-11 11: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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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유화부인·소서노 같은 어머니의
지혜와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발전했고 오늘이 있는 것

한국 역사의 흐름에는 양대 산맥이 있다. 하나는 아버지요, 또 하나는 어머니이다. 가부장적 전통사회에서 남성의 역할이 역사의 기록에 부각됐지만 역사는 앞에서 이끄는 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수많은 어머니의 강인한 심지와 영민한 지혜로 수레바퀴가 됐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여성의 리더십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대사회의 여성들이 훨씬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역사의 대장정에서 앞장서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이고, 또 한 여성은 주몽의 왕비요 백제의 시조이자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이다. 바로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고 온조가 백제를 세우는 데는 이 위대한 두 여성의 빛나는 상생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영산대 석좌교수

‘삼국사기’에 전해오는 기록에 의하면, 유화부인은 하백의 딸로 냇가에서 놀다가 천재의 아들이라 칭하는 해모수에 유인돼 정을 통한 후 해모수는 어디론가 가고 부모에게서 쫓겨나 우발수에서 살고 있었다. 동부여의 금와왕이 그녀를 거두어 방에 가두었더니 얼마 뒤에 알 하나를 낳았는데 한 사내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 자랄수록 재능이 남달리 뛰어나고 활을 잘 쏘아 주몽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그러나 금와왕의 일곱 아들이 그를 시기하고 해치려하자, 유화부인은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아들을 구하고자 준마를 골라주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게 했다. 아울러 오곡의 종자를 주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주몽이 그 길로 동부여를 떠나 졸본 부여로 들어가 왕의 둘째 딸 소서노와 결혼해 왕위를 이어받았다가 그 후 고구려를 세웠다.

 

주몽이 험난한 정치적 충돌을 피해 고구려라는 대제국을 건설한 데는 유화부인의 위기 대처의 돌파력, 미래지향적인 추진력, 갈등을 승화시키는 상생의 지혜가 뒷받침된 것이다.

 

한편 소서노는 일찍이 결혼했다가 과부가 된 상당한 재력가로, 주몽이 졸본 부여로 망명하자 그의 출중함이 눈에 들어 결혼했다. 소서노의 정치세력과 경제적 배경이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러한 건국의 공로로 당연히 그가 낳은 비류, 온조 두 아들 중에 후계자가 될 것으로 믿었는데, 갑자기 주몽이 이미 동부여에 있을 때 혼인했던 예씨부인에게서 낳은 첫 아들 유리가 찾아오자 그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이때 소서노의 마음은 주몽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와 원망이 있었겠지만, 피비린내 나는 정쟁으로 치닫는 대신 미련 없이 비류, 온조 두 아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백제를 건국한다. 바로 가족끼리 갈등하고 싸우는 것보다 서로가 다 함께 사는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한 것이다. 소서노는 백제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고 온조와 함께 정예부대인 10명의 신하를 참모로 새 시대를 연다. 그래서 처음에는 십제(十濟)라고 했다가 그 후 100명 이상의 많은 백성이 추종했다 하여 백제(百濟)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 한다. 소서노가 61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백제 사람들은 국모로 추존하고 항상 나라가 어려울 때 구원의 여신으로 받들었다. 그래서 단재 신채호는 소서노를 백제의 여대왕으로 칭했다.

 

이밖에도 한국의 역사 발전에는 삼국통일의 길을 닦은 신라의 선덕여왕, 아들을 통일의 역군으로 키워낸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 그리고 조선시대 훌륭한 인물을 키워낸 많은 어머니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여성 특유의 직관력으로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주고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으로 새로운 역사 창조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주고, 나 개인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향한 애국심으로 정신무장을 시키고, 분노와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간 어머니들의 지혜와 힘이 오늘날 더욱 돋보인다 하겠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영산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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