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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31) 위성 카메라의 거울

입력 : 2017-09-30 10:00:00 수정 : 2017-09-29 21: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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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이 망원경에는 무려 2.4m 구경의 초대형 반사경이 장착되어 있었다. 대중은 허블 망원경이 보내 올 선명하고 환상적인 우주 사진을 기대했지만, 정작 보내온 이미지는 지상 망원경 수준의 흐릿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수년간의 조사 끝에 허블 우주망원경의 반사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망원경의 제작과 시험 과정에서 반사경의 오차(구면 수차)가 발생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결과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 반사경 작업 모습.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실제 반사경의 오차는 무려(?) 550㎚(1㎚은 10억분의 1m)였다. 수십㎚ 수준의 오차를 요구하는 반사경에서 이 정도면 거의 ‘사용 불능’에 가깝다. 결국 나사는 우주인을 직접 허블로 보내 수리한 뒤에야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인공위성의 거울, 어떤 특징이?

일반 거울은 평평한 유리판 뒷면에 수은 코팅을 한다.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거울은 앞면을 은이나 알루미늄으로 코팅한다. 흠집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앞면에 바로 코팅을 하고 거울의 뒷면은 파내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쓴다.

거울의 재질도 다르다. 일반 거울은 ‘SiO2’라 불리는 석영 계열을 재료로 사용하지만 인공위성의 거울은 영하 180도에서 영상 120도를 웃도는 우주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열에 의한 팽창도가 낮은 유리 계열의 제로듀어(Zerodur), ULE 또는 특수 소재인 베릴륨, 실리콘 카바이드를 사용한다. 팽창도가 낮을수록 온도 변화에 따른 변형이 적기 때문이다.

일반 거울과 인공위성용 그것 간 가장 큰 차이점은 표면의 정밀도다. 일반 거울은 표면이 조금 고르지 못하더라도 쓸 수 있는 반면 인공위성의 거울은 조금만 정밀도가 낮아도 사용할 수 없다. 표면 가공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위성의 무게를 줄여주는 반사경

디지털카메라와 위성카메라는 렌즈와 조리개로 빛을 모으고 조절하는 원리는 같다. 렌즈의 지름이 클수록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인공위성은 얼마나 가볍고 튼튼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만큼 거울의 무게도 가벼워져야 한다. 우주에서 쓰는 위성카메라는 지름이 보통 50㎝ 이상이며 1m를 넘기도 한다.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은 2.4m에 달하며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은 1.3m 크기의 육각형 반사경 18개를 조립해 만들어져 주 반사경의 지름이 무려 6.5m다. 일반 렌즈를 사용한다면 위성이 거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 출처=픽사베이

때문에 위성카메라에는 반사경을 장착해 렌즈의 역할을 대신한다. 렌즈는 빛을 통과시키며 한점으로 모이게 하는데 반해 반사경은 거꾸로 빛을 반사해 한점으로 모이게 하는 원리다. 초점이 맺히는 곳이 정반대인 셈이다.

반사경 역시 크기가 클수록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해상도 1m급 이하의 위성카메라에는 80㎝~1m 크기의 반사경이 장착된다. 지름 1m의 반사경은 200㎞ 상공에서 지상의 자동차 번호를 식별할 정도의 고해상도를 구현한다. 

반사경의 최대 장점은 위성 카메라를 가볍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는데 있다. 보통 렌즈는 그 전체를 빛이 통과해야 하지만, 반사경은 앞면만 쓰면 되기 때문에 뒷면을 가공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반사경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공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머리카락 5만분의 1까지 정밀도 요구하는 비구면 공정

위성카메라의 반사경 표면을 제작하는 공정은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굴절에 의해 빛의 방향을 바꿔주는 렌즈는 수백㎚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한데, 빛을 반사시켜 방향을 조절하는 반사경은 이보다 10배가량 더 민감해 수십㎚ 수준을 필요로 한다. 이는 머리카락을 5만분의 1 굵기로 자르는 수준의 정밀도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대략 500㎚인 점에 비추어 보면 얼마나 정밀한 작업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가공 공정은 거울을 비구면(非球面·aspherical surface)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안경에서 굴절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구면 렌즈를 떠올리면 된다. 일반적인 렌즈는 제작하기 쉬운 구면을 쓴다. 표면이 둥근 구처럼 생긴 렌즈 말이다. 위성 카메라에서는 상의 뒤틀림 현상인 수차(aberration)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구면을 사용한다. 비구면은 구면과 달리 면이 일정하지 않고 조금 더 휘어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구 형태가 아니다. 비구면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인데, 허블 망원경의 오차(550㎚)도 이와 관련한 가공 측정 중 발생한 오차였다.


◆우리가 만든 반사경으로 지구를 본다

반사경을 위성카메라에 쓸 정도로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은 그동안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위성카메라를 비롯한 우주용 대구경 반사경과 같은 핵심 부품은 수·출입은 물론 기술이전도 극도로 제한되는 전략물자에 포함되어 국산화가 어려웠다.

인공위성과 탑재체의 국산화에 주력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가 만든 반사경을 장착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의 위성카메라에 국내에서 개발한 반사경이 장착될 예정이며, 앞으로 개발하는 인공위성에도 계속 적용할 계획이다. 차세대 중형위성에는 5개의 반사경이 장착되는데, 모두 국내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하게 된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7호’에도 일부에 국산 반사경이 적용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다음주 기고는 연휴 관계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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