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오가면서 열리는 SCM이 올해에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10월 말 일정을 기준으로 마지막 사안을 조율 중이라고 하니, 이제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측에서는 현재의 북한 문제가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최대의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6차에 걸친 핵실험을 마치고 태평양을 넘어가는 장거리미사일 완성을 눈앞에 둔 북한을 지척에 마주한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위기의 위중함을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온 국민의 눈이 SCM에 쏠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며,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국방 및 외교 당국자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과 워싱턴에서 이번 회의에 합의될 내용으로 동시에 언급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확대, 한국군의 정찰 감시 기능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논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핵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 또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재래식 잠수함의 잠함 능력이 날로 향상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
또한 이러한 가시적인 군사력 협조체제의 강화 못지않게 한·미 정책 당국자 사이의 디테일한 미세 조정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안한 남북한 당국 간 군사회담에 미국 쪽 정책 책임자가 이견을 가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한 이견이 서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만에 하나 양 정부 간 작은 불신의 틈새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돼 미국인과 미국 정책당국자가 느끼는 체감위협이 크면 클수록 이러한 오해의 발생 소지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 훗날 2017년은 특별한 기록이 함께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1994년 가을 제네바 합의 이후 우리가 지난 23년 동안 기울인 노력을 돌이켜 보면,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고 통한에 잠기는 일을 몇 가지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지금을 돌이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가오는 SCM을 반드시 치밀하고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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