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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칼럼] 북한 핵무기 실전배치 전과 후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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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4 23:33:46 수정 : 2017-10-11 1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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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핵무장 대해 대화에 나서면 / 양국 적대관계 해소될 수 있지만 / 北, 평화공존 길로 나서지 않으면 / 우리는 핵을 이고 사는 상태 초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국이 위협받는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흥적 트윗이 아니라 그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다. 하루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 ‘진실의 순간’에 선제공격 카드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 전과 후 미국의 선택을 생각해 본다.

북한은 올해 들어 핵무장 속도전에 몰입했다.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했다. 8월 29일에 쏘아 올린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방향으로 2700여㎞를, 9월 15일에는 각도만 바꾸면 미군기지가 있는 괌 주변까지 이를 3700여㎞를 날았다. 9월 4일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진 수소탄급 핵실험도 단행했다. 북한이 이제 몇 번 더 실험을 거쳐 소형화된 핵무기를 장착한 미사일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미국은 군사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북 압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을 더 조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에 낸 두 개의 결의안보다 더 강력한 제재안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차단과 같은 극약 처방을 내리지 않는 한 효과를 볼 마땅한 제재안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기 전에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금융기관 제재), 제한적 핵시설 폭격, 해상봉쇄, 사이버 전 등이 거론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못한다는 행정명령을 며칠 전 냈다. 이 막강한 금융제재에 중국은행들이 어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핵시설 파괴와 같은 외과적 군사조치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대남 보복공격을 우려해 뒷전으로 밀어 놓았다. 그러나 초조해진 워싱턴은 다시 이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동맹국인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군사조치를 어찌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겠느냐는 우리의 안이한 생각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확실한 작전 안을 제시할 때 미국의 자국 방위 노력을 지지해줘야 하는 동맹국의 입장에서 이를 극구 반대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미국 떠보기가 선을 넘어 화를 자초할 수도 있고, 미국 요원들에 의해 비밀리에 시도된 김정은 참수작전이 실패해 대남 공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는 전쟁을 막겠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가정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주민 대피 등 위기관리체제를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더욱 강력한 대응 방안이 일부 실행되겠지만 미국은 김정은의 핵무장 집념을 꺾지 못할 것 같다. 북한이 핵 무력화를 완성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날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군사조치 부담이 더 커졌기에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협상의 출구라고 계속 말할 것이지만 그 협상의 기나긴 터널은 또 다른 수십 년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될 것이다. 협상의 터널에 들어설 때 조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추가 실험 중단과 국제기구 핵사찰 수용, 핵물질 제3국 이전 금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미수교 및 상호불가침조약을 요구할 테고, 미국은 한국과 협의해 가능한 수준에서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우리의 안보불안에서 야기되는 전술핵 도입이나 독자적 핵 무장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동맹을 더 강화하려 들 것이다. 한국도 방위력 증강에 나서겠지만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기 위해 미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미국이 대화에 나서면서 북·미 간의 적대관계는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남한을 무시하면서 진정한 평화공존의 길로 나서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평화는 유지되겠지만 우리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후퇴한 균형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씁쓸한 일단락이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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