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악원이 내달 4∼22일 신작 ‘꼭두’를 공연한다. 제작비 12억여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김태용(48)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도 화제다. 김 감독은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로 잘 알려졌고, 배우 탕웨이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꼭두’는 그의 첫 공연 연출작이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스크린에 이승, 무대에서 저승이 동시에 진행돼 신비로울 것”이라며 “꼭두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존재인 만큼 관객 모두 상여 안에 있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꼭두’는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을 통해 생의 소중함을 말한다. 수민과 동민 남매는 강아지를 사려고 할머니의 꽃신을 고물장수에게 팔아버린다. 응급실로 실려간 할머니가 꽃신을 찾자 남매는 죄책감을 느끼고 고물상으로 찾아갔다가 사후 세계로 빠지고 만다. 이곳에서 남매가 시중·길잡이·광대·무사 꼭두를 만나 벌이는 모험과 성장담이 공연의 큰 줄기다. 슬프면서 따뜻하고 웃음기를 머금은 정서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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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신작 ‘꼭두’는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사이사이 무대에서 공연이 벌어지는 특이한 형식을 취했다. 사진은 공연을 위한 단편영화 촬영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
김 감독은 국악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그는 “15년 전쯤 춘향가 완창을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한 울림을 느꼈다”며 “그 후 조금씩 국악을 접하며 ‘어떤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덕에 영화에 국악을 접목한 작업도 시도했다.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고(故)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1961)을 판소리와 엮었다. 올해도 레게 음악과 판소리를 접목한 음악극 ‘레게 이나 필름, 흥부’를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영화 ‘라디오스타’ ‘사도’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담당해 기대를 모은다. 누나 수민 역은 ‘부산행’ ‘군함도’의 아역배우 김수안, 남동생 동민 역은 최고·최정후가 연기한다. 시중꼭두는 중견배우 조희봉, 길잡이꼭두는 연극배우 심재현이 맡았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원인 이하경과 박상주는 각각 광대꼭두와 무사꼭두로 변신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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