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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님 얼굴이 더 어려워요.”

이낙연 국무총리는 얼마 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에게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하면서 다른 부처와 달리 “프레젠테이션을 보지 말고, 제 얼굴을 보고 들으시면 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총리의 ‘촌철살인’ 화법을 감안할 때, 단순한 농담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는 평이다. 현장에 있던 한 공무원은 “정치권과 다른 부처에서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상황을 빗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100일 동안 김 위원장의 공정위는 문재인정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그의 취임사는 환호를 받았고, 재벌개혁도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짧은 시간에 적지 않은 대책을 발표했다.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4대 분야 갑질 대책 가운데 대리점을 뺀 3개 분야 대책을 발표했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공정위 내부 개혁을 위한 신뢰회복 방안도 내놨다.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가장 많은 브리핑을 했고, 언론 인터뷰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김 위원장 스스로 말한 대로 ‘언론 프렌들리’한 성향도 있지만, 청와대와의 공감대가 더 큰 이유였다. 공약 가운데 지지도가 높은 재벌개혁·갑을 문제를 담당하는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수록 문재인정부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허니문이 끝나고 문재인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60%대로 하락하면서 김 위원장의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법원의 대한항공 과징금 취소 처분, 담합 사건 처리 지연 논란 등이 불거진 것도 이즈음이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한다’는 발언에서부터 최근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에 대한 실언까지 ‘설화’가 이어졌다.

과제는 공정위 내부에도 있다. ‘쭈쭈바 과장’으로 알려진 공정위의 내부 갑질 사건이 드러나게 된 데는 고시와 비고시 출신 직원의 인사 문제가 깔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기업집단국 신설로 확대되는 5급 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를 둘러싼 잡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공정위 내부 전산망에는 김 위원장의 인사 방침에 대한 성토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수면 위로 드러난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크게는 그동안 발표한 대책과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내부 결속도 다져야 한다.

만만치 않은 과제이지만, 해결 못 할 일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지 이제 겨우 100일이다. 임기 3년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이제 막 10분의 1가량을 지났을 뿐이다. 김 위원장은 “말할 순 없지만, 머릿속에 이미 단기-중기-장기 플랜이 모두 짜여 있다”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정제된 말로 발현되고, 내실 있는 정책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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