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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로 빚은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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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1 06:00:00 수정 : 2017-09-21 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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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 말벡.
아르헨티나 말벡의 선구자 트라피체(TRAPICHE)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말벡(Malbec)의 고향은 사실 프랑스 보르드 남쪽인 수드웨스트 지역이 고향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꼬(Cot) 또는 프레삭(Pressac)으로 부르며 프랑스 남서부의 까오르(Cahors)에서는 오세루아(Auxerrois)라고 합니다. 까오르에서는 말벡 최소 70%에 따나(Tannat), 메를로를 블렌딩하는데 블랙체리 등 검은 과일 향과 오크향, 흙 냄새가 많이 나고 강한 타닌감을 느껴집니다. ‘블랙 와인’이라 부를정도로 색이 매우 짙죠.

반면 아르헨티나 대표산지 멘도자의 말벡은 자두, 건포도 등 과일향이 많이 나고 커피, 초콜릿, 바닐라, 바이올렛 꽃향이 매력적입니다. 타닌이 강하지만 입안에서의 질감은 둥그런 느낌의 풀바디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프랑스가 고향인 말벡이 어떻게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 꽃을 피었을까요. 말벡은 프랑스 보르도 지롱드강 오른쪽 지역(우안)에서 주로 키우는 메를로와 비슷한 캐릭터를 지닌 품종인데 메를로 보다 늦게 익어서 보르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요. 그러다 1860년대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하는 필록세라로 유럽의 포도밭이 황폐화됩니다. 1956년에는 보르도에 큰 추위가 닥치면서 서리로 그나마 남아있던 말벡의 75%가 죽어버리자 생산자들은 말벡을 다 뽑아 버리고 메를로를 심게 됩니다. 결국 말벡은 당시 프랑스에 퇴출됩니다. 나중에 마스 델 페리에 (Mas del Perie), 샤토 라마르틴(Chateau Lamartine) 등 와이너리 7곳의 생산자에 의해 까오르에서 다시 말벡이 어렵게 살아나게 되죠.

반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필록세라 광풍이 불기전인 1852년 32살의 프랑스 농학자 푸제(Pouget)를 고용, 칠레의 킨타 노르말 농작물 연구소에서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품종을 들여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는 주의사당에 킨타 노르말 농작물 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적극 지원해 1853년부터 말벡 품종이 멘도자에 안착해 널리 퍼지게 됩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오랫동안 말벡을 대표 품종으로 키운 결과 현재 아르헨티나 와인하면 말벡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졌죠. 
안데스 산맥 해발 고도 1000m 이상 높이에 있는 포도밭. 만년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트라피체 제공
해발고도가 높지만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은 물이 포도밭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다. 트라피체 제공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가이며 소비는 세계 8위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포도를 재배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극도로 건조하고 더운 기후이기 때문이죠. 강수량은 연 200mm에 불과하고 사막 지대로 이뤄졌습니다. 더구나 안데스 산맥이 바닷바람을 차단해 선선한 기운이 내륙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안데스 산맥을 따라 기온이 서늘하고 일교차가 커 포도가 잘자랄 수 있는 산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결국 생산자들은 해발 고도 1500m의 멘도자를 찾아 냈습니다. 생산자들은 이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는데 카파야트는 백두산(2700m)보다 높은 무려 3000m에 포도밭이 있을 정도입니다. 해발 고도는 매우 높지만 안데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은 물이 포도밭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합니다. 
안데스 산맥의 포도밭에서는 일조량이 매우 뛰어나 껍질이 두꺼운 말벡이 생산된다. 트라피체 제공

또 아르헨티나의 뜨거운 햇살은 프랑스에서 건너온 말벡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화창하고 건조한 날씨가 300일동안 유지되는데 일조량이 증가하면 포도가 씨앗을 보호하려고 껍질이 두꺼워집니다. 포도껍질에는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이 많은데 껍질이 두꺼워지면 이런 성분이 증가해 최고의 말벡 와인이 빚어집니다.
아르헨티자 주요 와인산지 트라피체 제공

아르헨티나 말벡을 대표하는 생산지는 멘도자(Mendoza), 산후안(San Juan)입니다. 멘도자는 해발 고도가 높지만 평야지대가 많아 대규모로 와인 생산 가능한 곳입니다. 멘도자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5%가 생산되는 대표적인 산지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포도가 천천히 익어갑니다. 멘도자에서도 루한 데 쿠요(Lujan de Cuyo)와 우코 밸리(Uco Valley)에서 뛰어난 말벡이 생산됩니다. 해발 고도 900∼1100m인 루한 데 구요는 아르헨티나 최초로 생산지통제규정인 DOC를 받은 곳으로 아르헨티나 최고의 말벡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우코밸리는 해발 고도 1000∼1450m로 멘도사에서 가장 높은 곳이죠. 장기 숙성이 가능한 레드 와인이 빚어지는데 투푼가토(Tupungato)를 최고의 생산지로 꼽습니다.

산 후안은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 지역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 존다(Zonda)때문에 멘도자보다 더 덥고 건조해요. 해발 600~1200m 사이에 포도밭이 있는데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산도가 좋은 말벡이 탄생합니다. 존다, 툴룸, 페데르날밸리에 뛰어난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답니다.
트라피체와 핀카 라스 모라스 와인
트라피체 와인 테이스팅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말벡 암브로시아

이런 최고의 말벡 산지 멘도자 우코밸리에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말벡을 빚는 생산자가 트라피체(TRAPICHE)입니다. 싱글 빈야드(단일 포도밭) 말벡이 아이콘 와인이랍니다. 그중 암브로시아(Ambrosia)는 멘도자 우코밸리의 투푼가토에서도 최고의 포도밭으로 꼽히는 싱글빈야드 구알타라리에 생산된 포도로 빚는답니다. 포도밭이 석회질 토양이라 미네랄이 많이 느껴지며 으로 응축된 폭발적인 과일향이 매력입니다.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말벡 라스 피에드라스

레이블에 수묵화가 그려져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싱글빈야드 말벡 라스 피에드라스(Las Piedras)는 돌, 바위라는 뜻으로 토양이 자갈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만큼 뛰어난 미네랄이 느껴지며 산딸기 같은 신선한 붉은 과일향과 오크숙성에서 오는 갓 로스팅한 커피 원두, 초콜렛, 코코넛, 카라멜, 바닐라향 다채롭게 어우러져 집니다. 탄닌은 매우 부드럽고 밸런스가 잘 잡혀있습니다.

트라피체는 1883년 아르헨티나 멘도자 중심부에 있는 작은 빈야드 엘 트라피체(El Trapiche)에서 시작해 현재 1255ha를 소유한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트라피체가 속한 그루포 페냐플로(Grupo Penaflor)는 트라피체와 핀카 라스 모라스(Finca Las Mora) 등 모두 7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1위 와인 그룹으로 아르헨티나 와인 해외수출량의 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체와 핀카 라스 모라스 와인은 현재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합니다.
한국을 찾은 그루포 페냐플로의 수석와인메이커 세르지오 에두아르도 까세

최근 한국을 찾은 그루포 페냐플로의 수석와인메이커 세르지오 에두아르도 까세(Sergio Eduardo Case)를 만나 와인 메이킹의 철학을 들어봤습니다. 2000년 그루포 페냐플로에 합류한 그는 전체 프리미엄 와인 레인지를 전담하는 시니어 와인메이커로 임명됩니다. 이후 프랑스의 보르도, 뽀므롤, 샤토네프 뒤 빠쁘, 샹파뉴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미국의 나파 밸리 등 다양한 와인 산지에서 얻은 양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스까이,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말벡 등 세계가 주목하는 말벡 와인을 만들어 낸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메이커입니다.

그는 안데스 산맥의 고도, 바람, 물, 태양, 토양을 뛰어난 말벡이 생산되는 요로 꼽았습니다. “안데스 산맥에 있는 포도밭들은 풍부한 일조량으로 포도 껍질에 폴리페놀이 가장 많이 함유하게 돼요. 좋은 색상과 풍미를 가져다주는 꼭 필요한 요소죠. 칠레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기찬 바람은 안데스 산맥에 걸쳐서 눈으로 변해 산맥 위에 내리기 때문에 실제 포도 재배하는 지역은 습한 기후가 아니라 사막같은 건조한 기후를 유지할 수 있답니다. 또 말벡 품종 재배에는 연간 800∼1000mm 물이 필한데 멘도자에는 비가 220mm 밖에 안내리죠. 하지만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내린 물을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에 청정한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답니다” 

그는 세심한 오크 사용도 뛰어난 말벡 와인을 만드는 비결로 꼽았습니다. “싱글빈야드 말벡은 부르고뉴 스타일로 빚죠. 오크통은 보르도 스타일과 부르고뉴 스타일이 있는데 보르도 스타일은 강렬한 온도의 불로 아주 짧게 태우고 부르고뉴 스타일은 약한 불로 길게 태우죠. 때문에 보르도 스타일은 스모키하고 스파이시하며 바닐라 향이 너무 돋보이게 되죠. 말벡의 자연적인 과실향을 잘 유지하기 위해 부르고뉴 스타일의 오크를 씁니다”
핀카 라스 팔마스 말벡

핀카 라스 팔마스 말벡(Finca Las Palmas Malbec)은 우코밸리에 빚으며 잘 익은 붉은 과일, 스파이시한 향신료, 담뱃잎 등이 느껴지며 18개월간 프랑스산 오크 숙성을 통해 얻은 스모키한 향과 부드러운 탄닌이 어우러집니다.
​핀카 라스 모라스 말벡 페데르날

핀카 라스 모라스(Finca Las Moras)는 그루포 페냐플로가 젊은층을 겨냥한 트랜디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1992년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Moras는 블랙베리 나무 열매를 뜻하는데 아르헨티나의 떼루아를 온전히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산 후안에서도 최상급 포도밭인 페데르날 밸리에서 생산되는 페데르날 말벡(Pedernal Malbec)은 카시스, 유칼립투스, 붉은 과일, 은은한 오크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프랑산 오크에서 17개월 숙성한 뒤 12개월 병숙성을 거쳐 선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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