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이 오전 6시 57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불상(不詳)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최고 고도는 약 770㎞, 비행거리는 약 3700㎞로 판단되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통과해 홋카이도 에리모곶(襟裳岬) 동쪽 2000㎞ 태평양에 낙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12일(현지시간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75호 채택 후 사흘,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 검토 계획 발표 후 하루 만이다. 북한은 문재인정부 들어 1차례의 핵실험과 10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대북 인도지원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사거리 4500∼5000㎞ 추정)를 정상각도(30∼45도)로 쐈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1만㎞ 추정)를 저각(30도 이하)으로 발사해 태평양 상공에서 모의 핵탄두 폭발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3700㎞)는 평양∼괌 거리 3400㎞를 넘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방향을 동남쪽으로 틀어 쏠 경우 미국의 전략 거점인 괌이 사정권에 포함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과시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의 채찍이나 당근 모두 김 위원장의 핵·미사일 폭주를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준다. 결정적 변수가 없는 한 김 위원장은 결국 핵탄두 장착 ICBM을 완성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달려갈 가능성이 크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면 오산”이라며 “이런 시험 발사는 그렇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북한은 구체적인 핵·미사일 로드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각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 뒤는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 제공 |
활짝 웃는 김정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3일) 후 열린 핵 과학자·기술자를 위한 축하연 행사장에 관계자들과 입장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나 최근 북한 매체 보도를 볼 때 북한이 올해 안 핵·미사일 능력의 조기 완결을 도모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에 따라 괌 타격 능력을 입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더 과감하게 ICBM급 탄도미사일이나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은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핵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위스 국제회의 참석 후 귀환길에 중국 베이징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고 핵으로 위협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절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적대 정책과 제재를 중단해야 비로소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민서·이희경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