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신성의 씨네 IN&OUT] 약육강식 사회… 인간의 본능 ‘줌업’

관련이슈 김신성의 씨네 In & Out

입력 : 2017-09-15 21:51:44 수정 : 2017-09-15 21:51: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4일까지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 / 일본 뉴웨이브 선도… 시대의 변화 반영 / 영화 ‘우나기’ 등 칸 황금종려상 2회 수상 / 한국 장면 삽입 재일한인에 친근감 표시 1990년대 중반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 해금조치가 단행되면서 일본 영화 ‘우나기’(1997)도 개봉됐다. ‘우나기’는 당시만 해도 낯설던 한 노장 감독의 존재를 알렸다. 스즈키 세이준, 오시마 나기사 등과 함께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선도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1926∼2006)다.

와세다대학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그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연출을 익혔다. 1958년 ‘도둑맞은 욕정’으로 데뷔한 뒤 줄곧 작품성과 사회성이 빼어난 영화들을 내놓았다. 1983년 ‘일본판 고려장’을 다룬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1997년 아내의 부정에 상처받은 중년 남성의 내면을 들여다본 ‘우나기’로 또 한번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간장선생’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1998)으로 상영되었는가 하면, 2004년엔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2001)이 국내에서 개봉됐다.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 감독의 작품 ‘나라야마 부시코’.
서울아트시네마가 마련한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24일)에서 그의 장남 덴간 다이스케(본명 이마무라 다이스케)를 만나 이마무라 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덴간 다이스케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작가이며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일본영화대학의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나기’ 등 아버지 영화 네 편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아버지는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여러 주제를 다뤘습니다. 위인들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보다는 주변부 아웃사이더들을 등장시킵니다.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믿으며 살아왔는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기도 했죠. 문화인류학이나 역사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재들을 찾기도 했습니다. … 작품들이 재밌지만 상업적인 영화는 없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마다 빚이 늘어나 도쿄에서 시골로 이사를 다녔죠. 하하. 그럼에도 인생과 세상, 역사를 희극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항상 유머가 담겨 있어요. … 영화에서 툭툭 나오는 조선이나 한국과 관련된 장면들은 젊은 시절부터 교분을 나눠온 재일한국인들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입니다. … 평생 ‘재밌는 영화’를 추구했는데, 지금 봐도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관심은 ‘인간’이다. 특히 인간의 본능에 대한 그의 고찰은 인류학 보고서에 가깝다. ‘나라야마 부시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로지 본능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동물들처럼 교미를 하고 번식을 하며 양식을 뺏는다. 먹을 것과 사람 수가 대등하지 않을 때는 교살과 유기 등의 방법으로 인구를 조절하곤 한다. 개구리, 뱀, 곤충 등 29종의 생태를 인간 삶과 교차해 보여준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와 주인공 가족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굶주림 속에서 여성의 성은 상품이 되고, 경제력이 없는 유아와 노인은 집단 타살을 당한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부터 행해진 폭력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구성원의 희생은 당연시되어버린다. 하지만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그처럼 막무가내이고 동물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즐겨 다루는 또 다른 주제는 ‘여성’이다. 그의 영화에서 여성은 언제나 강인한 존재로 등장한다. 패전 후 비참한 상황에 놓여, 매춘과 근친상간 등에 휘말리는가 하면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여성들은 오히려 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는 이마무라 쇼헤이가 바라보는 ‘근대의 은유’다. 남성사회와 성에 속박되었던 일본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을 이야기하고 성의 해방을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다.

그는 또 작품을 통해 부단히 ‘생명’과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여성은 자신의 부서진 욕체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붉은 살의) 떠나간 노인의 자리에 어린이가 있고 사체가 묻힌 땅에서 씨앗이 움튼다.(나라야마 부시코) 부정한 아내로 인해 사랑을 잃은 남자에게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고(우나기), 원폭으로 널브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생의 의욕을 찾아낸다.(간장선생)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서지혜 '쇄골 여신'
  • 서지혜 '쇄골 여신'
  • 라잇썸 나영 '미소 천사'
  • 예린 '사랑의 총알'
  • 김민주 '하트 포즈는 시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