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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표결 앞두고 뇌종양 환자 영상 논란…"여론 부추겨"

입력 : 2017-09-15 10:11:00 수정 : 2017-09-15 09: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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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뇌종양으로 숨진 50대 남성의 마지막을 재구성한 영상이 호주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 하반기 호주 빅토리아 주(州) 당국이 안락사 허가 법안을 두고 의원 표결에 부칠 예정인데, 영상이 감정에만 치우쳐 의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디 에이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2005년 뇌종양으로 사망한 그렉 심즈(56)씨의 인생 마지막 2주를 다룬 5분여 분량 영상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개됐다.

애초 유튜브 배포도 목적이었지만, 보다 중간에 끄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영상의 잔혹성에 대해 지적이 쏟아지자 현재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를 멈추라(Stop the Horror)’는 제목의 영상은 그렉씨의 딸 진술을 토대로 현지 사회단체 ‘고 젠틀 오스트레일리아(Go Gentle Australia)’가 제작했다.

창백한 피부에 심한 고통이 스며든 재연배우의 얼굴은 그렉씨의 실제 모습을 담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보는 이가 당황할 것을 우려한 듯 해당 단체는 영상 아래에 언제든 끌 수 있는 정지버튼을 넣었다.

고 젠틀 오스트레일리아 관계자는 “5분여에 불과한 영상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환자의 고통과 슬픔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뇌종양으로 숨진 그렉 심즈(56·사진)씨의 인생 마지막 2주를 재구성한 영상이 호주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반기 호주 빅토리아 주(州) 당국이 안락사 허가 법안을 두고 의원 표결에 부칠 예정인데, 영상이 감정에만 치우쳐 의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영상은 그렉씨의 딸 진술을 토대로 현지 사회단체 ‘고 젠틀 오스트레일리아(Go Gentle Australia)’가 제작했다. gogentleaustralia 홈페이지 영상 캡처.


하지만 영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토리아 주가 올 하반기 안락사 관련 법 도입을 놓고 표결에 부칠 예정인데, 사회단체 쪽에서 감정에 치우친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론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12월, 안락사법 도입 가능성이 가시화했다. 법안을 반대하던 앤드루스 빅토리아 주총리가 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지지로 입장을 바꿔서다.

올 하반기 안락사법 관련 내용이 의회에 제출되면, 개인의 소신에 따른 양심투표(conscience vote)에 따라 법안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18개월의 유예를 거쳐 오는 2019년 발효된다.

낙태 등에 반대하는 사회단체 ‘라이트 투 라이프 오스트레일리아’ 관계자는 “영상을 보지는 않았지만, 의사들의 직접적인 조언이나 설명을 포함하지 않은 채 사망자 딸의 말에 의존해 만든 게시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 과정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죽어가는 환자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이냐는 뜻이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게 허락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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