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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응급의료포털' 보고 찾아갔는데 이미 폐업"…어쩌나

입력 : 2017-09-12 19:33:11 수정 : 2017-09-12 23: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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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의료기관 정보 등 제공 / 직원이 일일이 전화 걸어 정보 수집 / 병원 진료과목·시간 등 불일치 빈번 / 최장 연휴 추석 앞두고 우려 목소리
“국가가 관리한다는 말을 믿고 응급의료포털을 이용했는데 엉뚱한 병원 정보였어요.”

인천에 사는 손모(25·여)씨는 최근 휴일 운영 여부와 진료과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응급의료포털(E-Gen)’ 홈페이지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손씨는 지난 일요일 서울 마포구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당장 상처를 꿰매야 해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인근에 있는 외과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외과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상태를 설명하며 “응급의료포털에서 진료과목을 확인하고 왔다”며 치료를 거듭 요청했지만 병원은 “휴일에 외과 진료를 하지 않은지 한참 됐다”며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손씨는 3시간 넘게 헤맨 끝에 한참 떨어진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휴일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급한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상태가 더 위급해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병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 중인 응급의료포털이 진료 시간, 과목 등 핵심 정보를 잘못 안내해 이용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2일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에 따르면 응급의료포털은 각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병원, 약국의 정보를 잘못 안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잘못 기재된 정보는 주로 병원의 진료과목과 진료시간이었다.

취재진이 지난 10일 해당 포털을 통해 마포구와 영등포구에 위치한 병원과 약국 30곳을 확인한 결과 포털상 정보와 달리 일부 과목만 진료하는 병원이 2곳, 진료시간이 안내된 것보다 짧은 병원이 2곳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폐업한 약국이 반영되지 않아 그대로 안내되고 있기도 했다. 실제 서울 노원구의 이모(30·여)씨는 지난 주말 고열 증상을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포털에서 확인한 집 인근의 한 소아과를 찾았지만 헛걸음을 했다. 해당 소아과가 입점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문을 닫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포털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내 소아과·치과 등 17곳이 사실상 한 달에 2번만 일요일 진료가 가능한 대형마트에 위치해 있지만 의무휴업에 대한 안내는 포털에 전혀 없어 이씨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반복될 여지가 많다.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

잘못된 정보의 제공은 주먹구구식 업데이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병원, 약국으로부터 일괄적으로 자료를 받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센터 직원이 수천 곳이 넘는 병원, 약국의 변경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정보 업데이트 주기를 정해놓지 않아 잘못된 정보가 방치되는 기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장 10일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의료포털의 정보 오류는 응급환자들에게 크고 작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진료하는 전국 병원의 수는 민간 의료기관 기준 하루 평균 3976곳으로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응급의료포털 이외에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보건복지콜센터 등에서도 연휴기간 병원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모두 응급의료포털 자료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공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복지부는 주먹구구식 업데이트 시스템을 병원이 직접 변경된 정보를 입력하는 체계로 개선하고 추석 연휴 전 상용화할 방침이다.

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수시로 병원, 약국에 확인해 정보를 수정하고 있지만 일일이 조사해야 하다보니 실시간 업데이트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 때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응급의료정보 내용 정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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