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연경의행복줍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 조연경의 행복줍기

입력 : 2017-09-12 21:21:43 수정 : 2017-09-12 23:24: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 딸아, 인간은 누구나 다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한 존재다. 분명 인생은 고통이 더 많은 것이지만 그렇다하여 자신을 불쌍히 여기진 말아라. 그러한 연민에 삶을 매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늘씬한 몸매, 남자를 끄는 눈빛은 바보 같은 남자만을 불러들일 뿐이란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너 자신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영국의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 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연극에서 어머니가 성장한 딸에게 들려주는 훈계다. 자립심은 행복의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데 누구나 어린 시절 읽어 본 동화 속 여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백마 탄 왕자로 인해 행복을 찾고 신분상승을 한다.

“왕자님에게 내 소망이 달려 있어.” 인어공주는 그렇게 외치고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한 짝으로 잿더미 속의 아가씨에서 하루아침에 왕비가 된다.

누구에게 의존하는 삶이란 매우 위태롭다. 상대가 마음이 변해서 곁을 떠나기라도 하면 바로 불행해진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고 키워 나가야 한다. 능력 있는 부모, 배우자 또는 주변 인물의 그늘 안에서 안주하며 행복하려 한다면 그건 결코 오래 갈 수 없는 잠시 잠깐 인생의 덤일 뿐이다.

유명한 연극배우가 한 여성지 인터뷰에서 혼자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식사 때마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지 않고 제대로 따뜻한 밥과 국, 생선 등 한 상 차려 먹는다. 커피 마실 때도 아무 머그잔 같은 데 마시지 않고 받침까지 갖춘 커피 잔으로 마신다.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기어서 약국까지’다. 한밤중에 아프면 누구 하나 도와 줄 사람이 없으니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기어서 약국’까지 갈 체력은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립심이 혼자 사는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방영되는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전과 달리 누구에 의해서인 신데렐라형보다는 스스로 개척하는 캔디형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자립형은 아니다. 늘 누군가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고 그들은 대부분 재벌2세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환상을 갖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면 더 외롭고 힘들게 된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내 능력을 키우고 당당하게 살아 가는 법을 배워간다면 어느 새 행복이 친구하자고 바로 곁에 붙어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 앞에서 깨지기 쉬운 유리구두를 신고 출발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한테 꼭 맞는 튼튼하고 질긴 운동화를 신고 출발할 것인가.

조연경 드라마 작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