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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확인] 장애인학교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 강서구 특수학교 논란에도 아파트 매매값 1위 '질주'

입력 : 2017-09-11 18:23:47 수정 : 2017-09-12 07: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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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학교 설립을 양해해달라며 반대 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NocutV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가양동의 구(舊)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지적장애인 140여명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을 2013년 이후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맞서 지역 주민들은 "강서구 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약대로 한방병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지난 5일 열린 주민 토론회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고성을 내지르며 입장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날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아가 학교 설립을 양해해달라며 반대 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까지 했습니다.

지역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집값 하락 우려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강남, 대구 특수학교 들어선 뒤 집값 올라

집값 하락 우려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올해 초 교육부가 1996년 후 설립된 전국 특수학교 167곳 인근의 부동산 가격 변화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특수학교 설립이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인접(1㎞ 이내) 지역과 비인접(1㎞ 초과~2㎞ 이내) 지역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표준지가·단독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등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역별로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를 뺀 15곳에서 차이가 없었습니다. 특히 대구는 특수학교가 들어선 뒤 오히려 인접지역 주택 가격이 올랐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들어선 특수학교 밀알학교 역시 집값 하락 우려가 기우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 강남구 일원동에 개교한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는 그 전까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통학 버스를 가로막는 등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공사 반대와 함께 소송전까지 벌어질 정도였으며, 개교 후에도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여전했습니다.

이에 밀알학교는 2001년 별관 '밀알아트센터'를 열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미술관, 음악당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곳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개방된 시설을 오가면서 편견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지난 10일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 학교를 예로 들며 "처음에 밀알학교를 지을 때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며 당번까지 서가면서 공사를 못하게 막았지만, 집값 상관없이 천정"이라며 "더불어 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강서구 매매값 1년 새 8.5%↑…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

살제로 강서구는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마곡지구 개발사업에 힘입어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 1년 사이 8.5%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강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4억5349만원으로, 전년 동월(4억1813만원) 대비 3536만원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각각 7.19%, 5.27% 오른 서초구와 강남구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전체적으론 평균 3.27%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2013년부터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강서구 아파트의 매매값이 '고공행진'을 벌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마곡지구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마곡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변 재고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렸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신규분양 아파트의 매매거래도 활성화돼 평균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강서구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물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언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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