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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4차 산업혁명] 문재인 정부 4차 산업혁명 ‘설계자’ 유웅환 교수가 바라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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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4 13:39:05 수정 : 2023-11-12 20: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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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청와대는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197쪽에 이르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무려 79번 언급되었으며, 100대 국정과제 안에도 전략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번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계획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이번 정부에서 관련 밑그림을 그린 유웅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연구 교수(사진)를 지난 1일 경기 판교의 카이스트 창업원에서 만났다. 유 교수는 반도체 시스템 전문가로 35세에 인텔의 수석 매니저가 되었고, 삼성전자 상무와 현대자동차 임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 인재로 캠프에 합류해 새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설계를 총괄했다.

 

유 교수와 나눈 대화를 대담식으로 정리했다.

 

김정훈 대표 (이하 김): 최근 낸 책 제목이 ‘사람을 위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다’이다. 내용에서도 ‘사람’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 사람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가?

 

유웅환 교수(이하 유):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데, 수동적 문화와 상황에서는 찾아낼 수 없다. 어떤 회사나 조직에 사람을 임의대로 넣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재능과 열정을 찾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주어야 한다. 한번은 200여명 규모의 팀을 이끈 적 있다. 그 팀에서 가장 성과가 낮은 이들을 면담하였는데, 그 중 학력이 낮고 장애가 있는 이들, 외국인 및 여성 직원, 신입사원이 많은 것이 이상했다. 알고 보니 개개인의 문제보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을 적소에 제대로 부여하지 못한 조직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이 중요하다. 사람이 스스로 포기하는 조직은 성장에 대한 지향과 목표만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조직은 내실보다 외부 목표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다.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이, 조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이것저것 보통의 수준으로 해내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만든다. 사람의 창의성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중심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이유는, 강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지는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모멘텀(momentum)이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는 힘이다.

 

김: 모든 변화에는 명암이 따른다. 현재 유엔 가입 193개국 중 전 세계 160여곳에서는 여전히 1, 2차 산업이 중심이다. 1, 2차 산업 대부분의 일자리와 직업이 사람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면 1억8000만명의 중남미 청년과 1억3700만명의 아시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흐름으로 인해 일할 기회와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많은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적응해야 하나.

 

유: 1, 2차 산업혁명을 교훈 삼아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진짜 혁명다운 혁명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와 교육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적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 산업혁명에서도 사라진 것 이상으로 새 일자리가 늘어났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특히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협력이 교육의 질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며 젊은이가 꿈을 꾸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정보를 가공하고 기술을 적용할 때 사람에게 보상이 이루어지게 하는 등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돈을 버는 것은 개인이 그 회사들에 제공한 정보 덕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로봇화하면 그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고 기업의 이윤은 증대되는데, 그 혜택이 사람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세금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시간 축소도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람을 쉬게 하면 나태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 시간에 자아실현을 위한 다른 활동을 하게 된다. 구글은 주 4일 근무지만 하루 쉬는 덕분에 비즈니스에서 많은 성과를 낸다. 일하는 시간과 이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제로섬(zero-sum)이었던 3차 산업혁명처럼 돼서는 안 된다. (3차 산업혁명의 파급효과는) 기술적으로 컸지만 삶의 질이나 창의적인 부분은 적었다.

 

김: ‘공유’라는 키워드가 이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 각광받는 정보기술(IT) 산업군이 ‘공유’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5세대 이동통신(5G) 같은 신기술이 결국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고 오픈되고 자유롭게 공유될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이러한 기술이 정보의 제한을 불러오고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는지.

 

유: 부익부 빈익빈이 될 것이다. 2001년 인텔 입사 당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점유율은 93%였지만 지금은 100%이다. 애플은 2010년에 전 세계 스마트폰 이익의 50%를 가져갔지만, 지금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점점 승자독식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정보를 소유하고 기술을 소유한 집단이 계속 부를 가져가게 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보편화되면서 그런 현상이 지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또는 자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연못 속의 두마리 붕어’ 이야기를 잘 생각해야 한다.(한마리가 죽으면 다른 한마리가 먹이를 독차지해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죽은 붕어가 부패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상황)

 

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먹거리와 일자리는 무엇인가.

 

유: ‘인더스트리 4.0’에서 나온, 제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일과 관련해 우리가 독일을 따라가려면 5년 이상 열심히 해야 한다. AI나 빅데이터 분야는 미국에 5년 뒤처져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5G로 세계적인 리드를 달성하는 일은 가능하다. 산업군 간 융합을 할 수 있고 자율주행 차량기술도 선도할 수 있다. 5G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기존에 체험하기 힘든 AI를 대중화시키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고속통신망으로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또 하나는 플라즈마와 같은 에너지원이다. 핵융합과 인공 태양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는 쿨 플라즈마(cool plasma) 같이 가능성이 보이는 쪽을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원에 대한 발견과 발명을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그래핀(graphene·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이 빠르며,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한 신소재) 같은 신소재로 우리가 앞설 수도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일 수 있지만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김: 다음달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들어선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유: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되면 좋겠다. 문화적인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장과 일자리가 필요하고, 이너 서클(inner circle)에 있지 않은 이들에 대한 상생과 배려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방향을 정해서 비전과 전략, 정확한 미션 등을 기초부터 잘 세우고 틀을 만들고 견고하게 갔으면 좋겠다. 하드웨어에만 치우치지 않고 내용면에서 내실 있게 가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철학과 국가 비전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그 방향성을 잘 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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