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 북한 위협에 고개 드는 일본 재무장·핵무장론

관련이슈 특파원+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8-31 14:21:39 수정 : 2017-08-31 15:02: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 일본의 재무장과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이 되면 일본이 재무장을 넘어 핵무장의 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지역 안보 질서에 금이 가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론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30일자 사설을 통해 노골적으로 일본의 재무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일본이 재무장할 것인가? 토론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토론을 주도하라고 권고했다. 블룸버그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더욱 과감해져 유사한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미사일이 잘못하면 일본 도시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행 평화주의 헌법 하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면 공세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지 논의해 왔다. 일본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면 이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2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한 여성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호외를 읽고 있다.
삿포로=교도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일본이 이 같은 공격을 하려면 (미국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을 도입해 전쟁 수행 능력을 대폭 증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아베 총리가 일본이 그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전쟁 포기 조항을 개정하는 것을 포함해 현행 평화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진솔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국민의 4분의 3가량은 북한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면 일본이 선제 타격을 하거나 반격을 가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제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재무장 문제를 공론에 부치면 한국 등 일본 밖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블룸버그는 한·일 양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공동으로 확보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미사일 방어, 정보 공유, 미군과의 물샐틈 없는 협조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 공격력 강화 및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힘의 균형을 깬다는 이유로 반대할 게 확실하다. 블룸버그는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위협을 누그러뜨리지 않았을 때 중무장한 일본의 등장은 중국이 치러야 할 대가 중의 하나이다”고 강조했다.

도쿄에 배치된 PAC3 일본 항공자위대의 지상배치용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11일 도쿄의 방위성 본부건물 외곽에 배치돼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북핵 용인론=일본 핵무장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일본을 넘어가는 핵 미사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하면 일본이 핵무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게 돼 있다. WSJ는 “억지력의 논리는 적이 이성적인 행위자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북한과 같은 비이성적인 국가와는 이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면 방정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북한이 도쿄를 공격했을 때에 미국이 평양을 공격하면 미국의 도시들이 북한의 공격 위험에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WSJ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오랫동안 거부해왔으나 위기가 왔을 때에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단순하게 일본의 생존을 충실한 동맹국(미국)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일임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일본의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일본의 일반 국민은 대체로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으나 공포감이 조성되면 일본인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일본이 현재 민수용 원자로에서 추출한, 핵무기 100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 제조 기술도 지니고 있어 향후 몇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은 핵무장한 지역 라이벌이 등장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핵무장이 필연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에 중대한 이해 관계가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에서 핵 도미니 현상이 나타나면 이 지역이 중동과 같은 화약고로 변하고, 세계 질서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WSJ이 전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용인하면 보다 위험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이 신문이 경고했다.

◆미국의 일본 핵무장 군불때기


아시아 타임스는 29일 ‘일본의 핵무장을 위한 미국인의 커지는 합창 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의 핵무장이 북한 문제에 비협조적인 중국을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그의 아시아 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독자적인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핵무장론을 제기하는 측은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측 최고위 인사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5일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미국)가 지금처럼 계속 허약해지는 길로 가면 그들(한국과 일본)은 내가 그것(핵무장)을 언급하든, 하지 않든 그것(핵무장)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지난 3월 첫 아시아 지역 순방길에서 폭스 뉴스와 회견을 통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폭스 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의 앵커도 지난 7월 방송에서 “미국이 일본에 해줘야 할 의무 중의 하나가 일본에 핵무기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아시아 타임스가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에 칼럼을 게재하는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스해머도 지난 7월에 “중국이 한반도의 분단된 2개의 국가와 핵무장한 일본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정보 장교 출신의 앤드류 카는 지난 4월 포브스지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 출신의 존 버드 전 해군 중장도 북북한 핵 견제를 위한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