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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수능 개편 서두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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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9 21:15:44 수정 : 2017-08-30 0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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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 지나친 영향력이 되레 근본적 문제 / 한날한시에 치르는 국가고시 형식 탈피를 교육부에서 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예고한 대로 31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교육부가 올해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최종안을 당초 계획대로 1안(4개 과목 절대평가)과 2안(7개 전 과목 절대평가) 중 하나로 확정해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두 대안 모두 ‘문·이과 융합 인재 양성’ ‘학습 부담 및 경쟁 완화’ ‘고교 교육 정상화’ 등 애초 교육부가 내세운 수능 개편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1안으로 가면 상대평가로 치르는 국어와 수학 등의 과목 대입 비중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뿐 학습 부담이나 사교육이 줄지 않고, 암기와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는 기존의 고교 교육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수능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2안은 내신 경쟁 격화와 변별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2021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현재 중3 학생의 내년 고교 내신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결국은 내신과 비(非)교과 활동이 중시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교육개혁은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수능 하나만 고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제도에 있어서 현재처럼 수능의 지나친 영향력이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수능 등 입시제도 개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손을 대 왔는데 9등급제도 해보고 다시 원점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원하기도 했다. 이번 입시 개편은 고교의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는 2015개정 교육과정이 바뀌어 수능이 바뀌는 것이다. 1993년 처음 시행한 수능이 또 한 차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급작스럽게 마련한 대안으로 인한 부작용이 대안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할 가능성이 너무 크며 그 희생은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 몫이라는 점이다.

수능 개편은 기본원칙을 견지하는 선에서 장기적인 시계로 추진해야 한다. 결국 수능이 대학 진학을 위한 학력검사라고 할 때 대학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가 하는 잠재력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연히 수능 개편은 이러한 취지를 살려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형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모든 고등학교 교과과목을 대상으로 절대평가 또는 상대평가 형식으로 한날한시에 모든 수험생에게 치르게 하는 국가고시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수능을 기초학업능력을 검증하는 수능Ⅰ과 심화선택과목 형식의 수능Ⅱ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별로 수능Ⅰ은 모두 요구하고 계열에 따라 수능Ⅱ의 어느 영역을 요구할지는 대학이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는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수능을 몇 번이나 볼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수능이 절대적인 정시입학의 비중을 얼마나 강조할지 등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함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능반영 여부, 전형방법 등도 대학이 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정하되 2021년까지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현행 수능을 유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장기적 개편안과 로드맵을 그리도록 해야 한다.

대학입시제도는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바로 손을 대서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 대학입시는 학벌 중심의 사회문제, 대학의 서열화,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 만연 등에 모두 연계된 중심이 되는 제도인 만큼 이의 개편은 문재인정부가 설치할 것을 공약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내신과 수능, 정시와 수시, 대학교육의 효용성, 대학입시의 자율화, 입학사정관제도의 정착, 공교육과 사교육의 균형 등을 함께 고려해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려내야 한다. 수능 개편은 논리로 풀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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