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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분단과 혼란… 시대의 아픔을 담다

입력 : 2017-08-22 23:34:33 수정 : 2017-08-22 2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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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작가 잇따라 개인전 시대를 아파했던 두 민중미술작가 임옥상과 송창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단색화 바람 이후 민중미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학적 정제가 아쉽다는 비판 속에서도 시대를 직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을 해온 임옥상(67) 작가는 지난겨울 광화문 촛불 현장에서 역사를 통찰했다. 자연스레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초대형 작품이 됐다.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는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촛불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작품 앞에 선 임옥상 작가. 그는 “촛불 앞에 세상을 꿈꾸면 평화가 온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바슐라르는 타오르는 촛불은 몽상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마음의 등불이라고 했다. 촛불은 붉게 타 하얀 빛으로 밝힌다. 마치 ‘붉은 악’을 태워 수직상승하는 ‘하얀 선’의 메타포라 할 수 있다. 바슐라르는 ‘촛불의 미학’에서 “불꽃 속에서 공간은 움직이며, 시간은 출렁거린다. 빛이 떨면 모든 것이 떤다. 불의 생성은 모든 생성 가운데서 가장 극적이며 가장 생생한 것이 아닐까? 불에서 그것을 상상한다면 세계의 걸음은 빠르다. 그리하여 철학자가 촛불 앞에서 세계에 대해 꿈꿀 때는 모든 것을-폭력이나 평화까지도-꿈꿀 수 있는 것이다”라고 썼다.

임 작가는 촛불 현장의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 촛불의 빛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토요일마다 촛불 현장에서 문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거리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양한 작품이 됐다. 권력자와 재벌들이 함께 한 사진들의 하반신은 뱀들의 이미지로 얽혀 있다. 권력과 돈의 야합에 대한 풍자다.

임 작가는 “정권은 지지해도 권력은 지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권력은 늘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야 권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도 서거 1년 전에야 겨우 화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체부) 장관은 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문화 개혁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리다. 설거지가 아닌 요리를 해 달라”고 독한 주문을 했다.

현재 공석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도 “관변을 발이 닳도록 뛰는 자들로 돌려 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논공행상은 물론, 문화의 언저리에서 권력의 눈치나 볼 언론계 주변인사나 어용 학계인사들도 적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늘 현실에 깨어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부터 9월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연천 유엔군 화장터를 그린 작품 앞에 선 송창 작가. 그는 영국군 화장자가 가장 많아 오른쪽에 영국을 상징하는 견종인 레브라도 리트리버를 그려 넣었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이다.
송창(65) 작가는 분단의 풍경을 주로 그려 왔다. 파주, 연천, 포천, 철원 등 6·25전쟁이 가장 또렷한 흔적을 남긴 지역을 여행하며 역사의 장면으로서의 보이는 것을 작품에 담는다. 그에게 분단이란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자 끝나지 않은 현실이다. 3년간에 걸친 전쟁은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민간인 사상자만 99만명에 이르게 했다. 전후 군사력의 강화는 군사 정권을 가능하게 했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민주화 운동은 또 다른 희생자를 낳았다. 사회가 부조리한 권력하에 혼란스러웠고 아픔으로 가득 찼다. 여전히 우리는 끝나지 않은 혼란과 아픔 속에서 막대한 자금을 국방비로 사용하며 외교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의 이슈를 마주하고 있다.

송 작가는 “분단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관점에서 작업을 해 왔다. 요즘 작품들엔 꽃들이 붙여져 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에 조화가 흩뿌려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시작된 작업이다. 죽음의 구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전쟁을 비판하고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임진나루를 건너 연결된 옛길 의주로의 풍경은 강한 통일의 염원으로 다가온다. 지난 16일 시작된 그의 개인전이 9월24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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