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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짜증 유발자 휴가지 바가지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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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7 21:10:02 수정 : 2017-08-17 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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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이용하시려면 식사 주문을 하셔야만 가능해요.”

“얼만데요?”


이귀전 문화부 차장
“애들까지 네 명이니 8만원짜리 백숙 한 마리면 되겠네요. 다른 곳보다 싼 편이에요.”

얼마 전 가족과 경기도에 있는 계곡을 찾았다. 계곡을 내려갈 수 있는 길마다 식당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곳을 통하지 않고 계곡에서 물놀이할 곳을 찾기는 힘들어 보여 어쩔 수 없이 한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가족 외식비용으로 치면 되겠지만, 집에 오는 길 내내 ‘왜 계곡을 마음대로 이용을 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정부는 여름 휴가철이면 매년 국내여행을 떠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인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내수 진작을 위해 농산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벌였다.

정부의 이런 캠페인이 무색하게 여름 휴가철이면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해외 출국자가 매년 최대 인원을 경신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우리나라가 좋은지 몰라 외국에 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힘들게 얻은 휴가 동안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즐기고 싶어서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 국내 유명 계곡, 바다 등을 찾으면 여유는 고사하고 짜증이 불끈 솟아오른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관리하는 산과 계곡을 상인들이 점령하고, 비싼 돈을 내지 않으면 바다 모래사장에 파라솔조차 마음대로 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휴가철, 그중 7월 말과 8월 초를 의미하는 ‘7말8초’에 여행객이 몰리니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얘기가 수십년째 반복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 계곡을 미리 선점하는 상인들을 막고, 해변 파라솔 독점을 단속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단속 의지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설마 휴가지를 찾은 이들이 바가지를 쓰면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니 내수 활성화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돼 단속을 안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인들은 한철 벌어서 한 해 먹고 사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휴가를 가는 이들은 일 년 내내 힘들게 일하고 그나마 눈치 보며 얻은 단 일주일의 황금 같은 휴가다. 돈을 어느 정도 쓸 준비는 돼 있지만 강탈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최근 칼럼에서 ‘쉼표’ 얘기를 꺼냈다. ‘장황하거나 앞뒤 문맥이 잘 맞지 않는 문장을 만났을 때, 문장 중간에 쉼표를 찍고 다시 읽으면 그 뜻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조직생활이나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도 쉼표처럼 휴식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때가 많다’며 국내로 휴가를 떠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쉼표를 찍기 위해 떠난 국내여행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면 다시는 국내에서 쉼표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해외로 쉼표를 찍으러 떠날 국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국내 바가지요금보다 돈은 적게 들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바가지요금 등에 대한 고민과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정부의 국내여행 활성화 정책은 일찌감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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