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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문화재] 여장 성곽·면장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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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7 21:04:05 수정 : 2017-08-17 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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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이나 수원화성과 같은 성곽을 보면 들쭉날쭉 요철(凹凸)로 된 나지막한 담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이것을 ‘여장(女墻)’이라 한다. 장(墻)은 ‘담’을 뜻하는 것이므로 이해되는데, 왜 ‘여(女)’를 붙여 ‘여장’이라고 했을까.

중국 명나라 때 백과사전인 ‘삼재도회’(三才圖會)와 중국 후한(後漢·서기 25~220년) 말기에 만들어진 사전인 ‘석명’(釋名)에 그 답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성 위에 있는 담을 비예(??)라 하며 가운데 빈 곳이 있어 비상(非常)한 것을 살펴보게 하는데, 아래의 높은 성에 비하여 높이가 낮아 마치 키가 큰 남자와 키가 작은 여자와 같아서 이를 여장이라고도 일컫는다’고 되어 있다.

여장은 성곽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 자체가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면, 여장은 방어와 공격 두 가지를 담당한다. 임진왜란 이후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은 ‘서애집’(西厓集)에서 이 여장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였다. 그는 “원래 여장은 높이가 있어야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돌을 피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여장은 몇 자 되지 않아 성을 지키는 사람이 몸을 숙이고 허리를 굽혀 쥐처럼 지나감에도 적의 탄환에 맞을 수 있으니 옳지 못하다”고 하였다.


성곽에서 들쭉날쭉 요철로 된 담을 ‘여장’이라 부른다. 사진은 수원 화성의 여장.
한편 한양도성의 남문인 숭례문을 보면 요철이 없이 평평한 담이 문루를 둘러싸고 있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조선시대 일부 문헌에서는 이를 평평한 면과 같다 하여 ‘면장’(面墻)이라 하였다. 그런데 높이가 꽤 높다. 1층에 서면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목조건물인 문루가 불화살과 같은 공격에 손상되는 것을 막고, 내부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성곽에서 가장 방어에 취약한 곳인 출입문을 보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원 화성을 비롯하여 전국의 모든 성곽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장이 존재하는데, 여장의 형태와 총안(銃眼·총포를 쏠 수 있도록 뚫은 구멍)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이것은 바로 성곽이 위치한 지형과 기후에 맞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돌과 벽돌 등을 사용함에 따라 축조기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집중폭우로 큰 수해가 났고, 이로 인한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위험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때에 갑자기 닥쳐온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과 위기에 대응하는 준비는 평상시에 해두어야 한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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