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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탈원전' 대만 블랙아웃… 국내 시사점은

입력 : 2017-08-16 18:51:24 수정 : 2017-08-16 22: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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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예비율 낮춰 예고된 참사” / 폭염 속 828만가구 정전 피해/대만 전체 가구 60% 극심한 불편/ LNG발전소 고장 탓 공급차질/ 신호등 꺼져 도로교통 대혼란/ 700여명 엘리베이터 갇히기도/ ‘탈원전 닮은꼴’ 국내 시사점은/ 원전 무리한 감축 땐 더 큰 피해
연이은 폭염과 태풍 등으로 전력수급이 불안정했던 대만에 지난 15일(현지시간)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전력공급이 예고 없이 중단되면서 전체 가구의 60%가 폭염 속에서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대만은 원전을 없애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높여가는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정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에너지 수급 안정성 문제와 사고 가능성 대비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만 연합보(聯合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51분쯤 연료 공급 이상에 따른 작동 오류로 타오위안(桃園)의 대만 최대 LNG 발전소인 다탄(大潭) 화력발전소 등 6기의 발전기가 멈춰서면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대만전력공사의 순차 전력공급 제한조치로 대만 전역의 828만가구에 전기가 일시적으로 끊겼다.

이날 타이베이 최고 기온은 36도에 달해 주민들은 폭염 속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약 5시간 후인 오후 9시40분쯤 전력공급이 정상화됐지만 퇴근 시간대에 발생한 정전 사태로 도로교통은 엉망이 됐고, 대만 전역에서 700여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사태의 책임론이 커지자 리스광 경제부장(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차이잉원 총통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AP통신은 이번 대만 발전소 고장 원인에 대해 ‘운영상의 기술적 오류’(an operational technical error)라고 지적했고, 일각에서는 ‘사람의 기술적 실수’(human technical error)라는 평가도 나왔다. 진단이 엇갈리지만 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단순 기계 조작 오류로 인적 실수인 만큼 탈원전 정책에 연관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며 “탈원전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LNG 발전을 50%까지 확대하고 석탄화력은 30%대로 줄이는 대신 원전은 없애고 있는 나라다. 가격 변동폭을 비롯해 수급 불안정성을 수반하는 LNG·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블랙아웃 등에 대한 대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과 비슷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 입장에서 이번 대만 대정전 사태는 탈원전 찬반 양측에 시사점을 안긴다는 평가다. 우선 원전은 이 같은 예측 못한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타 발전원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수급 안정성과 에너지원 다변화 측면에서는 무리하게 원전을 줄였을 때 정전 등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을 낮추는 상황에서 큰 틀에서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지만 예측치 못한 사고 시에는 전력수급의 불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가천대 홍준희 교수(에너지IT)는 “대만 블랙아웃은 워낙 예비율을 낮게 가져가 날 만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중앙집중형의 거대한 발전소가 무너지면 어떠한 사태가 생기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단일기 용량이 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같은 소형 분산형을 늘려야 공학적으로는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기요금 정상화 등 전기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만의 경우 전기요금이 싸서 수요가 늘고 예비율이 떨어지는 등 전기 의존도가 커졌고, 그에 따른 피해도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지혜 기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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