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타이베이 최고 기온은 36도에 달해 주민들은 폭염 속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약 5시간 후인 오후 9시40분쯤 전력공급이 정상화됐지만 퇴근 시간대에 발생한 정전 사태로 도로교통은 엉망이 됐고, 대만 전역에서 700여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사태의 책임론이 커지자 리스광 경제부장(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차이잉원 총통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대만과 비슷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 입장에서 이번 대만 대정전 사태는 탈원전 찬반 양측에 시사점을 안긴다는 평가다. 우선 원전은 이 같은 예측 못한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타 발전원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수급 안정성과 에너지원 다변화 측면에서는 무리하게 원전을 줄였을 때 정전 등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을 낮추는 상황에서 큰 틀에서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지만 예측치 못한 사고 시에는 전력수급의 불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가천대 홍준희 교수(에너지IT)는 “대만 블랙아웃은 워낙 예비율을 낮게 가져가 날 만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중앙집중형의 거대한 발전소가 무너지면 어떠한 사태가 생기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단일기 용량이 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같은 소형 분산형을 늘려야 공학적으로는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기요금 정상화 등 전기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만의 경우 전기요금이 싸서 수요가 늘고 예비율이 떨어지는 등 전기 의존도가 커졌고, 그에 따른 피해도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지혜 기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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