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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를 두고 흔히 ‘시대를 읽는 작은 역사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1884년 11월 18일 ‘우정총국’이 업무를 시작한 날에 발행한 ‘문위우표’다. 당시 화폐 단위가 ‘문(文)’이었다는 데서 이렇게 불린다. 최초의 기념우표는 18년 뒤인 1902년 10월 18일 발행된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한 우표다. 대한제국의 유일 기념우표다.

역대 대통령 취임이나 행사 등에 관한 기념우표에는 우리 현대사가 녹아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대통령들은 4대 윤보선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대통령 중 가장 많이 우표에 등장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30회), 그 다음이 박정희 전 대통령(21회)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취임기념우표만 내는 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우표를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취임기념 우표의 거래가는 희소성이 포인트다. 이승만 전 대통령 취임우표가 장당 30여만원으로 가장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는 우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오늘 발행된다. 지지율이 70%대 후반임을 반영하듯 주문 신청이 폭주할 정도로 취임우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우정사업본부가 얼마 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취소한 데 따른 야당과 보수단체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의원과 보수단체는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코드 맞추기를 한 치졸한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인사는 “그리스의 궤변론자 트라시마코스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며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그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정적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선 일이 있다. 그래서 현 정부의 협량과 비교된다. 우표 하나에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우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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