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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9월 23일 지구가 멸망한다는데…'종말론'에 감춰진 진실

입력 : 2017-08-15 15:00:00 수정 : 2017-08-17 00: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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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3일 지구와 행성이 충돌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최근 미국, 영국의 일부 언론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러한 주장이 퍼지고 있다.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제기되는 소행성 충돌설에 누군가는 인류의 끝을 알리는 ‘종말론’이라 두려워하는 반면 일부는 ‘음모론’일 뿐 허황된 주장이라 일축하고 나섰다.

이번 주장은 데이비드 미드라는 미국 종교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그는 지난해 ‘플래닛 X-더 2017 어라이벌’이라는 저서를 통해 “현재 ‘행성 X’라 불리는 니비루가 지구 방향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으며 2017년 8월 지구와 근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해 지구에 쓰나미와 지진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 인류의 절반이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소행성인 니비루(일명 행성 X)가 먼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와 충돌할 것이란 주장은 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 돼 왔다. 이런 주장은 ‘딥 임팩트’, ‘아마겟돈’같은 SF(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공상과학 영화 딥임팩트(왼쪽)와 아마겟돈.

◆ 지구와 충돌한다는 '니비루'가 뭐기에?

1995년 미국 위스콘신 출신 낸시 라이더(nancy lieder)라는 여성은 자신이 외계인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제타 레티쿨리(zeta Reticuli)라는 별에서 온 외계인이 자신의 뇌에 무언가를 이식했고, 그 때문에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낸시는 제타톡(zetaTalk)이란 웹 사이트를 만들고 ‘2003년 5월 27일’ 인류를 없앨 행성의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소행성은 니비루 또는 행성X라 불렸고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장과 달리 대격변이 일어나지 않자 낸시를 추종하던 사람들은 2012년을 니비루 충돌의 새로운 날짜로 선택했다. 그들이 선택한 날짜는 고대문명 마야의 달력이 끝나는 날인 ‘2012년 12월 21일’. 이때 충돌설은 마야의 달력에 초점을 둔 다른 종말론의 주장과 더불어 점차 힘을 얻었다.

외계인과 접촉했다고 주장한 낸시 라이더. 출처=위키피디아
종말론자들은 2011년 10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지나갈 엘네인(Elenin)이라는 작은 혜성을 ‘니비루’라고 특정하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가까운 거리라고 해봤자 지구와 달이 떨어진 거리의 100배 정도라며 이를 반박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에임스 연구 센터의 행성 천문학자 데이비드 모리슨은 “종말론자들은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있다”며 “그들은 혜성이 우리(지구)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의 종말론자들은 “혜성이 궤도를 제어하는 거대한 UFO를 동반한다”면서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마침내 다가온 2012년 12월 21일. 지구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니비루와 충돌한다는 날짜 ‘2017년 9월 23일’은 어디서 온 것일까?

9·23 종말론을 제기한 데이비드 미드가 종교학자인 만큼 이번 종말론은 성경으로부터 출발한다. 예언자 이사야가 썼다는 구약전서 이사야 13장 9~10절에는 ‘보라 여호와의 날 곧 잔혹하고 맹렬히 노하는 날이 이르러 땅을 황폐하게 하며 그중에서 죄인들을 멸하리니 하늘의 별들과 별 무리가 그 빛을 내지 아니하며 해가 돋아도 어두우며 달이 그 빛을 비추지 아니할 것이로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구절에 나타나듯이 고대 사람들은 태양이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두려워했다. 이런 일식이 오는 8월 21일에도 예정 돼 있다.

데이비드 미드는 “일식은 33개월마다 발생하고 성경의 창세기에는 엘로힘(하나님이란 뜻)이란 단어가 33번 나타난다”며 숫자 ‘33’을 강조했다. 또 “이번 일식은 미국의 33번째 주인 오리곤 주에서 시작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33도 부근에서 끝나고 이번처럼 미 본토를 가로지르는 일식은 99년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미드는 일식이 시작되는 8월 21일로부터 33일이 지난 시점인 ‘9월 23일’을 나비루와 충돌하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 그렇다면 지구 종말은?

나사는 2012년 ‘소행성 충돌설’이 떠오른 당시 성명서를 통해 ‘근거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나사 천문 고고학 센터 존 칼슨 소장은 “니비루나 행성X가 진짜라면 천문학자들은 적어도 지난 10년간 그것을 추적해 왔을 것이고 육안으로 볼 수 있었을 거다”라며 “분명히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에도 나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백 년 내에 우리가 모르는 소행성이 지구를 치진 못할 것”이라면서 ‘소행성 충돌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음모론자들은 나사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며 끊임없이 ‘종말론’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종말이 온다면 다이어트 그만해야겠다”, “종말론 한두번도 아니고 누가 믿겠냐” 등 댓글을 통해 대부분 비웃으며 넘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삶이 너무 힘들어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어제 꿈도 그렇고 불안하다”는 부정적인 댓글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 1997년 3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종말론을 믿던 39명의 남녀가 외계의 ‘천국의 왕국’에서 구원을 찾기 위해 육체를 남겨둔다며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나사는 종말론으로 인한 대중의 불안함과 소행성에 의한 종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를 지난달 발표했다.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에 물리적 충격을 가해 궤도를 바꾸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의 주장과 나사의 활동으로 비추어볼 때 이른 시일 내에 소행성으로 지구가 멸망할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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