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급전 지시가 내려진 적은 단 세 차례뿐이다. 올 들어 7월에만 벌써 두 차례 이런 비상조치가 내려진 것은 그만큼 우리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가 남아도는 지금이 탈원전을 시작할 적기라고 강조한다. 7월 전력 설비 예비율이 34.0%로 14년 만에 최고치라는 보도자료까지 돌렸다. 전력이 넉넉하다면서 기업의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급전 지시가 내려진 7월21일에는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전력 예비율이 12.3%까지 떨어졌다. 정부 지시로 기업의 생산 중단이 없었다면 예비율은 한 자릿수로 급락했을 것이 뻔하다. 탈원전 정책의 추진을 위해 전력 예비율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대 전력 수요 기록 경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전기를 돌려 비용이 나가는 것보다 기업들이 전기를 아껴 전력 수요를 낮추는 게 이익이라 판단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한다. 이런 한가한 소리가 없다. 정부 당국자에게는 “한 달에 두 번씩 공장을 멈춰 서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기업의 원성이 들리지도 않는가. 국회에서 상임위를 열어 급전 지시를 내린 배경과 탈원전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주에 ‘탈원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최근 산자부 간부 워크숍에서 “탈원전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거나 서포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한 뒤에 나온 정부 대응책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4일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정부는 공정과 중립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스스로 식언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원전 공론화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론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왜곡되면 그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국론 분열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편파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공론화위는 공정성을 잃고 무용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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