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집 구매 → 전·월세 지원 중심… 정책 패러다임 전환?

입력 : 2017-08-04 20:24:50 수정 : 2017-08-04 21:09: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주택정책금융, 집 구매 지원→ 전·월세 지원 중심으로 가야” / 금융당국 안팎서 ‘패러다임 전환’ 목소리 / 朴정부 주택구입 지원에 129조원 / 무주택자 전세보증엔 71조 그쳐 / 고소득자들까지 저금리 혜택 누려 / “질 좋은 저렴한 공공주택 건설 / 저소득층 주거 향상에 힘써야”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국민 주거 편의를 돕는 것을 주택정책금융이라고 한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 주거비 지원이 핵심 명분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 과녁은 한참 빗나갔다. 주택정책금융의 무게중심 역시 “빚내서 집 사라”는 쪽에 쏠려 있었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전·월세 지원은 적었다는 뜻이다.

8·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말해주듯 문재인정부의 주택정책은 지난 9년의 물줄기를 바꾸는 대전환이다. 정책 곳곳에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개념이 투철하게 스며 있다. 이런 대전환에 걸맞게 주택정책금융의 무게중심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당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일 “그간 주택정책금융을 주로 집구매를 지원하는 데 썼으나 이제는 질 좋고 싼 공공주택을 짓는 데 쓴다든지, 청년층 전·월세를 지원한다든지 그런 쪽으로 무게중심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부)도 “정책금융으로 집 사라고 저리로 빌려줘도 저소득층에겐 부담”이라며 “주택정책금융이 단순히 돈 빌려주고 집 사라는 쪽에 치우치면서 약자들은 점점 더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주택정책금융이 당초 목표했던 과녁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조 교수 역시 “정책금융이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를 위해 더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4년간 주택정책금융의 쓰임(주택금융공사 취급 상품 기준)을 보면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주택 구입이나 주택 보유 가구를 돕는 대출상품 판매가 129조2185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무주택자를 위한 전세보증은 71조원으로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더욱이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는 상당 부분 취지에서 벗어나 활용된 측면도 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집 장만을 돕기 위해 민간 금융권보다 싸게 공급하는 이 대출상품의 혜택은 고소득자들에게까지 돌아갔다. 디딤돌대출 말고는 소득제한이 없었던 터에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이 가속화하자 고소득자들까지 낮은 금리 혜택을 보려고 정책모기지 신청에 나선 탓이다. 고소득자들의 정책모기지 신청은 정부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던 2015∼2016년 급증했다. 정부가 혈세를 담보로 고소득층의 내집 마련 또는 주택투자를 도와준 꼴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집계한 2013∼2016년 공급 현황에 따르면 4년간 연소득 1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2조1595억원, 7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소득자에게는 5조825억원이 공급됐다. 같은 기간 공급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총액 57조2439억원 중 13%가량(7조2420억원)이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4년간 판매액이 74조2803억원에 달하는 적격대출 역시 고소득자가 상당한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대출상품은 소득별 대출 통계조차 없다. 적격대출 채권을 사들이는 주택금융공사나 대출해 주는 은행이나 차주의 소득 통계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뒤늦게 정책모기지 개편에 나서기는 했다. 고소득층과 투기적 목적의 정책모기지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들어 보금자리론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으로 소득조건을 신설했다. 적격대출도 소득제한을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모기지가 어떠한 이유로든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취지에 맞게 보다 서민·저소득층에 혜택이 더 갈 수 있도록 주택정책금융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