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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동물도 생명… 배려·공존해야 행복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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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4 21:11:08 수정 : 2017-08-04 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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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아동도서 펴낸 임순례 감독 / 메가폰 잡으며 ‘카라’ 대표 맡아 / 어린이 눈높이서 생명존중 담아 / 사교육 위주 韓교육 성찰 필요 / 동물과 함께 커야 사회성 늘어 / 인간의 소모품 아닌 반려자로 / 이제 ‘동물권’에도 관심 가져야 “아이들에게 1분 1초도 빈 시간 없이 영어·수학을 후려치는 것보다 동물과 교감하며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는 게 더 창의력을 길러줄 거예요.”

영화감독 임순례(57)의 동물 사랑은 유명하다. 영화계 일만으로도 바쁠 텐데 2009년부터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아동도서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냈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을 얘기하는 책이다. 1일 서울 마포구 카라 사무실에서 만난 임 감독은 “인간 편의 위주의 삶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기본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임순례 감독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인간의 삶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동물의 환경이 좋아질수록 그만큼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45억년 전 지구의 탄생부터 짚어가며 자연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반려동물과 유기견 문제에서 동물원, 멸종위기종, 실험동물, 모피, 농장식 사육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임 감독은 특히 “아이는 물론 부모가 같이 읽고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랐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들은 식탁에 오른 돼지가 어떻게 도살됐는지 아이가 무조건 모르기를 바라는데 좋은 교육방식이 아닌 것 같다”며 “숨기지 말고 ‘그러니 고기를 덜 먹자’고 아이와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 영상을 봤어요. 5, 6살 된 서양 아이가 ‘고기 안 먹을 거야. 동물은 내 친구니까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요. 엄마는 아이의 감수성을 존중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하지마’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TV를 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부모가 ‘그건 그거고 이건 몸에 좋으니 먹어’라면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일격에 부숴버리는 장면이 종종 나와요. 이런 면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생명 존중을 가르치자는 그의 말은 일리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남보다 앞서려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에서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임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공장식 축산을 하고 밀림을 파괴해 지구에 위기가 닥친다면, 내가 경쟁에서 성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론했다. “모두가 배려하고 여유 있는 사회라야 나도 행복할 수 있어요. 나 혼자 100억을 번들 주변 사람이 고통받고 지구가 파괴된다면 행복할 수 없잖아요.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결국 우리는 공멸할 수밖에 없어요.”

임 감독은 “다른 존재에 공감하는 능력이 창의력과도 연관된다”며 “스위스에서 반려동물과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7년 정도 비교한 결과 동물과 자란 아이가 굉장히 사회성이 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면역력도 강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 존중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그는 “코끼리 한 마리나 개미, 파리, 인간 한 명의 생명의 무게가 모두 똑같다고 본다”며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어릴 때부터 싹텄다. 어릴 때 온 동네 개들을 친구 삼은 그는 ‘개가 커다란 나무에 매달려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불에 그슬려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목격할 때마다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그때의 미안함이 동물보호 운동으로 이어졌다. 2005년 카라의 전신인 인터넷 동호회 ‘아름품’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듬해 인도 다람살라를 가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다람살라는 불교 교리가 생활과 밀착해 있어요. 도축장, 정육점이 거의 없어요. 동물에게 굉장한 자비심을 실천해요. 우리는 모기·파리를 손으로 치지만, 거기서는 기겁해요. 모기·파리도 수많은 전생 중 언젠가 내 어머니였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달라이 라마가 1959년 인도로 망명할 때 난민 10만명이 따라왔어요. 다들 굶주렸죠. 그때 관료들이 양계장을 제안했어요. 그런데 달라이 라마가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는 순간 그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우리가 닭을 꼭 먹어야만 살 수 있는가…? 깊은 생각과 토론을 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고 해요. 생명을 대하는 게 우리와 많이 달라서 많이 배우고 깨달았어요.”

임 감독은 한국 동물보호 운동이 이제 태동기라고 진단했다. 2000년대 초반 관련 단체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10년쯤 됐다고 본다. 그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인권이 우선시됐지만 이제는 동물권에도 관심을 가질 만큼 여건이 성숙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많아요. 반려동물을 식용하는 문화가 바뀌고 동물보호법이 강화돼야 해요.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육식을 줄이고, 지금보다 훨씬 복지가 향상된 상태에서 동물이 사육되기를 바랍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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