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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독재자일 뿐… 스탈린 신화를 깨다

입력 : 2017-08-04 20:04:06 수정 : 2017-08-04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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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연방 문서고 있는 스탈린 자료 토대
대숙청으로 1인자 군림한 그의 실체 해부
수많은 핵미사일 개발 초강대국으로 위세
한반도전쟁은 미국 힘 빼 유럽 적화 음모
올레그 V 흘레브뉴크 지음/유나영 옮김/삼인/3만5000원

스탈린/올레그 V 흘레브뉴크 지음/유나영 옮김/삼인/3만5000원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한반도의 운명을 한 손에 움켜쥐었던 인물이다. 8·15 직후 소련군 북한 침공으로 한반도를 분할했고 6·25 한국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스탈린에 대한 국내 학문적·대중적 관심은 놀랄 정도로 희박하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 놓은 인물치고는 우리는 그에 대해 너무 모른다. 세계는 탈냉전, 탈이념 시대임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반공 이데올로기’ 내지 종북몰이 같은 편가르기가 여전한 것은 이 때문인가. 한반도 운명에 직접 영향을 미친 스탈린이나 마오쩌둥, 김일성의 실체를 아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스탈린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고 아울러 8·15 당시 역사와 배경도 설명해 준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 교수인 저자는 러시아연방국립문서고에 있는 스탈린 관련 1차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종래 나온 스탈린 관련 전기물은 대부분 서구적 시각 내지 2차 가공된 자료를 토대로 서술되었다. 저자는 결론에서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내건 푸틴 대통령의 스탈린 추구를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 러시아에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스탈린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유일무이한 절대 권력자의 지위를 누렸다. 그의 절대적 지위는 1920년대 말 이후 공고화되었다. 1936년 키로프 암살사건 이후 불어닥친 대숙청으로 경쟁자들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스탈린의 개인 권력은 그 정점을 찍었다. 절대 권력자는 히틀러와 비슷한 국가주의자였다. 러시아는 공산주의의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유럽에서 몰아내고 전 세계를 적화시킨다는 게 그의 목표였다. 


스탈린은 소련 공산당을 30여년간 철권통치하면서 한반도를 분할하고 6·25전쟁을 촉발하는 등 한반도 운명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지만 그 실체는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조각 제공
스탈린 치하 러시아는 수많은 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미국과 함께 초강대국으로 대접받았다. 그럼에도 스탈린은 철의 장막을 쳐놓고 러시아 인민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저자가 분석한 소련 실패의 1차 원인으로 스탈린의 절대권력을 지목한다. 독단을 가능케 했던 독재정치와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그의 외곬 성격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비밀경찰과 테러를 이용해 반대파를 제압했으며, 전통사회를 파괴하고 이데올로기를 조종해 개인 권력을 강화시켰다.

스탈린의 세계관은 파괴적인 마르크스 레닌주의였다. 이는 사회를 계급투쟁이라는 틀로 단순화시켰으며, 20세기의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의 정치적 이념은 경직된 교조주의와 계급투쟁이었다. 따라서 스탈린에게 탄압과 대결은 필연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초래된 인민의 피해는 무시되었다.

그러나 스탈린은 정신병적으로 문제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극히 냉철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마오쩌둥처럼 시인이고 독서광이었다.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서구 학자들의 견해는 반공주의 감성에 매몰된 탓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독재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은 유년시절 그의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구타와 학대를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일면만 본 것”이라고 했다. 제정 말기 러시아의 일반적 분위기에 비추어 자식에 대한 체벌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독자였던 스탈린은 어머니의 물심양면 지원을 받으며 나름 편안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스탈린의 권력 추구는 정신병리학적 성격의 소산이 아니라 차가운 ‘합리성’, 즉 계산의 결과라는 것이다. 신부가 되겠다고 신학교를 졸업했으나 신을 박차고 나와 혁명에 투신했다. 이는 권력에 근접하는 가장 가능성 있는 길이라는 스탈린의 치밀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결국 소련 실패의 참담한 결과는 스탈린의 성격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이나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나름의 확신만으로 정책을 강행했다. 이로 인한 모순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를테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여 미국의 힘을 빼면 유럽을 석권할 것이라고 본 스탈린의 판단은 초강대국 미국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한 스탈린은 혁명가가 아니라 완고한 보수주의자였다. 스탈린 사망 직후,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이 곧바로 시작되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저자는 “지금 러시아에 일어나는 스탈린 개인, 그리고 그의 시대에 대한 향수는 역사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철저한 스탈린 비판을 통해 21세기 러시아에서는 그 같은 실정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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