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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소아·청소년 위협하는 음식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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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2 21:02:23 수정 : 2017-08-02 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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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취학 연령대에 빈번하게 나타나
특정 음식 피해야 하는 어린이는
반드시 선생님께 알려 예방해야
지구에서 생명 활동이 시작된 것은 약 30억년 전이다. 현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이후 긴 세월에 걸쳐 매우 정교하게 진화된 결과물이다. 특히 몸은 이 긴 세월 동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보호 장치를 발전시켰다. 상처가 나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더라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 이런 보호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면 인류가 지금의 모습으로 지구상에 존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알레르기’는 기본적으로 몸이 가진 보호 장치인 면역반응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반응을 구성하는 면역반응 요소들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몸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다만, 알레르기는 적당한 수준의 면역반응이면 괜찮을 것이 과다한 수준으로 반응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즉, 과다해서 벌어지는 일종의 부작용 같은 것이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알레르기는 먼지, 꽃가루, 햇빛, 음식, 애완동물, 약물, 화학물질, 독소 등 종류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원인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사람은 최소한 한 종류의 원인 물질에 대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알레르기도 정도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다른데, 보통의 알레르기는 문제가 없지만 ‘아나필락시스’라면 상황이 다르다. 아나필락시스는 급성으로 나타나는 전신성 알레르기 증상으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소아·청소년의 음식 알레르기와 관련해 발표된 연구 결과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년 동안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음식 알레르기로 치료받은 0~18세 1353명의 의무기록 검토를 통해 이뤄진 것인데, 전체 1661건의 음식 알레르기 중 506건(30.5%)이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빈번하게 일으키는 주요 음식은 우유, 달걀, 밀, 호두, 땅콩, 메밀, 새우 등 7가지였다. 하지만,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지는 비율은 메밀(67.7%)이 가장 높았으며 잣, 호두, 밀, 땅콩이 뒤를 이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음식은 연령대별로 달랐는데 2세 미만에서는 우유, 2~12세는 호두, 13~18세는 메밀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는 학교에 입학하는 취학연령에 매우 빈번하게(52.6%) 나타났다. 이것은 취학 시 특정 음식에 대한 아나필락시스를 학교와 담임선생님께 반드시 알려야만 한다는 것과 학교생활에서 음식 관리가 매우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교육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특정 음식에 대해 아나필락시스를 보이는 경우, 옆 친구가 그 음식물을 가지고만 있어도 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교육 시 실물은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그림이나 동영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

아나필락시스에 빠지면 호흡이 극도로 곤란해지고 쇼크에 의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의 놀림감이 될 수 있으므로 학교에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아나필락시스가 지나치게 심각하다면 위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응급조치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적은 목걸이나 쪽지 등을 소지하는 것을 권할 만하다. 학교 급식에서도 알레르기 빈발 음식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급식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음식에 대한 각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음식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서 당장은 가능하지 않다. 현재로서 최선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단순히 피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와 같은 공동체 생활에서는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소아·청소년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도록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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