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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눈부시게 빛나는 호수 너머… 독일의 작은 섬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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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2 21:10:43 수정 : 2017-08-02 21: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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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덴호수 동쪽 휴양도시 린다우  
보덴 호수 건너편의 독일 린다우는 브레겐츠에서 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로마 시대부터 세 개의 섬에 걸쳐 자리 잡은 어촌마을로 다리를 건너면 바바리안 사자상 방파제와 새 등대가 여행객을 맞는다.
빙하분지라 여름에도 시원한 보덴호수선 송어와 연어가 사철 잡히고
알프스 산맥의 장엄한 경치… 풍요로운 먹을거리… 온화한 기후 조화로워
오전엔 오스트리아서, 오후는 독일서 한가한 한때… 생애 꼭 한번은 꿈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메인 공연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막이 오른다. 무대는 중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만리장성이 조명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극이 시작되면서 만리장성 세트 가운데가 부서지듯 열리고 거대한 원형무대 위로 화려한 무대의상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무대는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아무런 경계 없이 주변이 모두 무대인 듯하다. 

중국을 상징하는 박진감 넘치는 군무와 합창, 화려한 불 쇼,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아크로바틱한 무대까지 1시간40분가량의 공연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그 사이로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등 아름다운 노래가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등장인물이 모두 나와 마지막 무대 인사를 하는 순간까지 공연의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7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인 만큼, 무대 장치와 연출, 연주, 노래까지 모든 것이 마음을 가득 채운 공연이었다. 규모의 거대함에 압도되고, 자연과 어우러진 상쾌함은 오히려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실내 오페라 극장에서 감상하는 오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준 공연이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보덴 호수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 눈부시게 빛나는 호숫가 주변엔 산책하거나 쉴 수 있도록 쉼터들이 마련돼 있다.
축제의 열기는 공연이 끝나고도 밤늦도록 계속됐다. 그 열기에 휩싸여 축제를 즐기다 늦은 밤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태양이 호수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고서야 맞이할 수 있었다. 느긋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호숫가를 산책한다. 호수 위 공연장은 거대한 만리장성 세트만 남아있고 무대와 객석은 텅 비어 있다. 객석을 걸으며 어제의 공연을 되새기다가 다시 호숫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덴 호수는 고도 396m 지점에 산들로 둘러싸인 빙하 분지다. 덕분에 여름인데도 다소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더구나 면적은 541㎢에 이르고 호숫가의 길이가 약 200㎞에 달한다. 호수 주변의 비옥한 경사지에서 과일 재배와 포도주 생산이 이루어지고 호수에서는 송어·연어가 잡힌다. 풍부한 먹을거리와 온화한 기후, 그리고 알프스산맥의 장엄한 경치가 더해지면서 이곳을 유명한 휴양지로 만들었다. 주변 주요 도시로 독일의 콘스탄츠, 린다우, 프리드리히스하펜가 있고 오스트리아 쪽으로는 브레겐츠, 스위스 쪽으로는 크로이츨링겐 등이 있다. 문득 눈앞에 반짝이는 보덴 호수의 건너편이 궁금하다. 그곳에는 독일의 도시 린다우가 있다. 오후에는 린다우를 방문하기로 했다. 

 
브레겐츠에서는 페스티벌 기간에 수상 오페라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이 콘서트홀에서 벌어진다.
호텔로 돌아와 콘서트를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브레겐츠에서는 수상 오페라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오전 11시 실내공연은 또 다른 매력이다. 낯선 현대 작곡가의 연주곡으로 훌륭한 연주를 선보인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연주하는 연주가들 표정과 즐겁게 즐기는 청중들 몸짓이 어우러져 진지한 음악이 한결 편안하게 다가온다. 인터미션에 햇살을 즐기며 음료를 들고 서있는 청중들과 어울리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광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며 음악회의 정취를 한껏 돋운다. 실내 음악회가 끝나고 광장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늦은 점심 식사를 마쳤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짐만 챙긴 채 호수 건너편 도시 린다우로 향했다.
린다우는 중세와 바로크 시대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린다우는 독일 최남부 바이에른주의 작은 마을로 여름에는 호수와 산을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브레겐츠에서 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린다우는 로마 시대부터 세 개의 섬에 걸쳐 자리 잡은 어촌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2개의 연륙교를 통해 본토와 연결돼 있다. 다리를 건너 먼저 유명한 바바리안 사자상 방파제와 새 등대가 서 있는 린다우항으로 향했다.

보덴 호수 건너편의 독일 린다우는 브레겐츠에서 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로마 시대부터 세 개의 섬에 걸쳐 자리 잡은 어촌마을로 다리를 건너면 바바리안 사자상 방파제와 새 등대가 여행객을 맞는다.
린다우를 상징하는 바바리안 사자상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6m 높이로 조각가 요한 할비크의 작품이다. 린다우를 밝히는 새 등대는 33m 높이로 1856년 이웃부두에 세워졌다. 13세기 항구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옛 등대는 구시가 섬의 남쪽에 자리한다. 항구를 따라 걷다 막시밀리안 거리로 향했다. 중심거리로 곳곳에 부유한 귀족 주택들이 즐비하고 옛 집들과 상점, 카페들이 늘어선 번화가다. 엽서에 나올 듯한 그림 같은 거리를 지나 비스마르크 광장 안쪽 프레스코 벽화가 유명한 구시청사에 다다른다. 1422∼36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1578년에 개조됐다고 한다.

장크트 슈테판 성당과 옛 수도원의 성당, 카바첸 박물관이 모여 있는 린다우 마르크트 광장의 시립 박물관 벽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마르크트 광장은 장크트 슈테판 성당과 옛 수도원의 성당, 카바첸 박물관이 모여 있는 중심 광장이다. 아름다운 넵튠 분수가 특징인 시장 광장에 있는 건물, 하우스 춤 카바첸에는 시립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다시 길을 되돌아 도시 북서쪽 슈라넨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성 피터 교회가 있다. 린다우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교회 안에는 홀바인이 그린 프레스코 벽화가 유명하다. 

 
린다우 비스마르크 광장 안쪽에 있는 구시청사는 프레스코 벽화로 유명하다. 1422∼36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1578년에 개조됐다.
12세기에 요새화되었고 1275년 자유 제국도시가 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 오는 교역로가 지나는 활발한 상업도시였던 린다우는 1466년부터 1802년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교구 중심지로 1804년 오스트리아가 지배하다가 1805년 바이에른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1922년 호숫가 북쪽에 있던 ‘전원도시’ 지역이 린다우와 합병돼 지금도 도시에는 중세와 바로크 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다. 오전은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오후는 독일 린다우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산책로가 되어준 보덴 호수는 오후엔 시원함을 건네준 수영장이 되었다. 준비해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피부에 서늘함을 느끼며 호수에 몸을 담근다. 맑은 물이 바닥을 환히 비춘다. 작은 조약돌을 디디며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몸을 호수에 띄워본다. 알프스의 산속 호수에서의 물놀이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햇살은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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