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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카페인·안정제…미래 불안한 청춘들 '약'에 빠져들다

입력 : 2017-08-01 19:42:38 수정 : 2017-08-02 07: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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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복용 급증… 건강 위협 ‘부메랑’ / 졸음 쫓고 집중력 향상 등 목적 / 주로 카페인·타우린 등 과다 섭취 / 20대 5명 중 1명 “오·남용 경험” / 여성들 생리 조절 하려 피임약 복용 / 전문가 “공원 등 휴식공간 확충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끊으려고 노력해봤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맨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취업준비생 정모(29)씨는 스스로를 ‘카페인 중독자’라고 부른다. 취업준비를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잦아 카페인 성분이 많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하루에도 3∼5차례 마신다. 접하는 게 워낙 쉬워 경각심이 낮지만 카페인은 자양강장제의 일종으로 세계적으로 알칼로이드 계열의 약물로 취급된다.

정씨에게는 중독 증세도 나타나고 있다. 상습적인 복용 탓에 각성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한 건 오래됐지만 그렇다고 마시지 않으면 졸음이 쏟아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정씨는 불면증까지 찾아오면서 수면유도제 처방도 고민 중이다. 그는 “중요한 면접을 보는 날에는 안정을 취하기 위해 우황청심환이나 베타블로커 같은 안정제를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물에 빠져든 젊은층이 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치열한 경쟁과 최악의 취업난 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불안을 약물에 의지해 해소하려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약물에 기대어온 습관이 굳어져 성인이 된 후에도 좀체 끊지를 못한다.

젊은 층의 약물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은 무엇보다 최악의 취업난이다. 정씨처럼 취업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약물을 1년 이상 매일 복용할 경우 약물을 중단하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중독 증세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의 경우 생리를 조절하거나 미용을 위한 약물을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인 김모(26)씨는 생리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피임약을 자주 복용한다. 중요한 시험 혹은 면접일이 생리일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다. 두통이 잦아 진통제도 수시로 복용한다. 항공기 승무원이 되는 게 목표인 김씨에게는 외모 경쟁력도 중요해 면접을 앞두고는 보톡스나 콜라겐 성분 주사 등 미용을 위한 의약품도 처방을 받는다.

이 같은 젊은 층의 약물 오남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938명 가운데 ‘약물을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거나 권장량보다 많이 복용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94명으로 20.7%의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18.4%, 40대 16.1%, 50대 13.4%, 60대 이상 11.4%보다 높은 수치다.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물로는 진통제(20.1%), 감기약 (18.5%), 카페인 등 자양강장제(15.1%)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신경안정제(3.4%)나 수면제(2.8%), 발기부전치료제(0.9%)도 10위 안에 꼽혔다.

높은 약물 의존성은 결과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악영향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의약품을 오남용했다고 응답한 이들 중 약물을 중단했을때 42.2%가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신적 고통의 종류는 무기력감(20.8%), 심리적 불안(19.8%), 짜증(17.9%) 등이 꼽혔다. 또 약물 오남용자 중 23.7%는 신체적인 건강이 나빠졌다고 느꼈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사회학)는 이 같은 현상을 “청년들 사이에서 학업이나 취업경쟁이 극도로 심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경쟁구도와 외모지상주의를 완화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운동시설이나 공원 등 쉴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해 청년들이 약물 없이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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