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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장례비 없어서 부모시신 방치한 50대…"알바족, 多죽음사회 문제 현실로"

입력 : 2017-08-01 11:59:55 수정 : 2017-08-01 16: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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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던 50대 남성이 장례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부모의 시신을 집에 방치했다가 법의 처벌을 받았다.

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쿄에 사는 55세 남성 A씨가 지난해 10월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후 유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건강 식품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생활을 이어오던 중 회사를 창업. 사장님 소리를 들었지만 경기불황으로 7년 전 파산해 일용직 신세가 됐다.

파산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그는 부모(84) 집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해 5월 하순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부모가 숨을 거둔 걸 발견하게 됐다.

수중에 단돈 3만엔(약 30만원)뿐이었던 그는 약 200만엔(약 2000만원)의 큰돈이 드는 장례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시신을 집에 방치한 채 5개월을 보냈다. 그는 시신이 부패하자 방향제와 농약을 치며 은폐해왔다.

A씨의 안타까운 죄는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은 여동생이 집으로 찾아와 발각됐다.
동생과 마주한 그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와 체포되기 전인 8월까지 노숙 생활을 했다.

법원은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참작해 시신을 화장하는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동생의 도움으로 부모의 시신을 화장한 A씨. 그는 사업실패로 알바족이 됐지만 자발적인 알바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등 자신의 노후조차 불안한 실정이다. 이러한 '고립무직자'는 16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신문은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의 발표를 인용해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넘어 ‘다(多)죽음사회’가 도래한다고 지적했다.

다(多)죽음사회라는 말은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되는 2025년을 전후해 사망자가 연간 15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생겨난 말이다.

또 버블경제붕괴 후 등장한 ‘니트족’과 ‘프리터(알바족)’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앞서 A씨의 사례처럼 부모의 장례를 치를 수 없을 정도의 빈곤층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쿄대가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니트족, 프리터 등의 생활로 ‘고립무직자’가 된 인구는 162만 명으로 추산됐으며, 특히 35세 이상이 79만 명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서도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고립무직자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쿄대는 "청년기에 일하지 않으면 중·장년이 돼도 여전히 무직자로 지내고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며 "앞서 A씨의 사례는 다죽음사회을 앞둔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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