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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싸운 아이들에 똑같이 때리라는 선생님…'학폭 악몽'

입력 : 2017-07-27 18:37:12 수정 : 2017-07-27 2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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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피해 알렸지만 학교측 무대응 / 정작 아이들 싸움나자 가해자 몰려 / 정신과 치료에 졸업도 못하고 유급 / 부실·부적절한 대응에 아이만 피해
지난 3월 10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개학을 하고 새 친구들을 만난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었지만 김유성(14·가명)군은 주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유성이 누구야? 중학교 형 아니야?” 다시 6학년을 다니게 된 유성이는 반 아이들보다 한 살이 많았다. 꼭 1년 전 학교폭력 때문에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와 어른들이 제대로 대응만 했어도 힘겹기만 했던 지난 1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3월 24일. 아침 등교시간에 유성이는 짝인 정수(가명)와 싸움을 벌였다. 유성이가 정수에게 먼저 주먹을 날렸고, 정수는 발차기로 맞섰다. 담임교사 A씨가 두 아이를 떼어놓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두 아이에게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맞은 데를 똑같이 때리라고 한 것.

유성이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 지시를 내린 선생님이 무서웠다. 유성이의 어머니 신모(50)씨는 “아들을 때리게 한 담임 선생과 상대방인 친구가 교실에 있는데, 어떻게 학교에 갈 수 있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날 사건은 비록 유성이가 먼저 시작했지만 정수가 유성이를 전부터 괴롭혔다는 게 신씨 측의 주장이다. 싸움이 있기 사흘 전인 21일에는 정수에게 가슴 쪽을 맞아 멍이 들었다고 한다. 신씨는 당시 이런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그런 적 없다”는 정수와 주변 학생들의 말만 듣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거다.

27일 A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서로 맞았다고 하길래) 똑같이 되기 위해서 똑같이 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느냐 (의사를) 물어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당시 A씨에게 생활지도 강의 30시간 연수를 지시하고 학교장 경고 조치 등 징계를 했다. 이후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선 담임교사의 교육 등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던 점,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점 등이 인정됐다.

하지만 학내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유성이를 가해자로 결론내린 부분은 변함이 없었다. 학교 측은 “유성이가 먼저 정수를 때린 건 반 아이들 대부분이 봤지만 그 전에 정수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아 그런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는 “유성이가 가슴을 맞았다고 신고했을 때는 학폭위가 열리지도 않았다. 그때 조치가 있었으면 유성이가 정수를 때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교와 담임교사의 부실하고 부적절한 대응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유성이었다고 신씨는 판단한다. 실제 유성이는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상을 보여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유성이는 지난해 5월3일 일기장에 “아동보호기관에서 4시간30분간 조사를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학교를 못 나가고 있는 나를 왜 가해자(라고 하는 거지)”라고 적었다.

결석일수가 많아 졸업을 못한 유성이는 지난 3월부터 한 살 어린 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신씨는 “아들이 피해자로 인정돼 졸업 소급을 받는 것이 현재 유일한 희망”이라며 간절하게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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