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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살인 부른 ‘층간소음’… 특단 대책 절실

입력 : 2017-07-26 19:54:11 수정 : 2017-07-26 2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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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주택 48%가 ‘아파트’ / 지난 5월까지 상담건수 9578건 / 관련법엔 소음 발생 주체 언급 없어 / 규제 강화 등 적극적 대응 요구 높아 “윗집에 항의하고 관리사무소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층간소음은) 해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벌어진 살인사건의 가해자 신모(62)씨는 경찰에서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윗집에 따지고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도움도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해결을 당사자 간의 노력에만 맡겨 둘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소음 유발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거나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층간소음의 주무대인 아파트나 다세대·연립 등 공동주택이 크게 증가하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919만여가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주택 유형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차지했다. 연립·다세대주택 거주 인구도 2015년 213만3000가구에 달했다.

층간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인구가 늘면서 갈등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2년 8795건에서 2014년 2만641건으로 치솟았다. 이후 약간 줄기는 했지만 1만9000건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는 5월까지 9578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현재 층간소음을 규제할 제도는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규정은 △주택법 △소음·진동관리법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주로 명시돼 있다. 이들 규정은 층간소음의 기준, 피해조사 실시, 갈등 발생 시 개입 근거 등을 밝히고 있지만 소음 발생의 주체이자 갈등의 당사자인 입주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반면 선진국들은 소음 유발자 퇴거조치, 일정 시간대의 소음 발생 금지 등을 내용으로 엄격하게 규제해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음 문제를 ‘반사회행위’로 간주하는 영국은 1996년 ‘반사회행위법’과 ‘청정이웃환경법’을 통합한 소음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층간소음이 당사자 간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땐 소음 유발자가 세입자일 경우 집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개입 근거까지 두고 있다. 독일에선 입주할 때부터 ‘소음 조항’을 만들어 세입자가 소음을 유발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퇴거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소음 배출을 금하며 휴일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대경 교수는 “언제까지나 개인 양심이나 공동체 의식에 호소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층간소음을 없앨 수 있는) 여러 구조가 있는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규제 강화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자칫 범법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현재 조건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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