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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길 잃은 보수, 무엇을 지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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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4 21:40:10 수정 : 2017-07-24 21: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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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보수 재건하려는 한국당
‘시대착오적’ ‘보수 마약’ 질타 받아
골수 지지층에 눈길 돌리지 말고
새 인재 영입해 보수 쇄신해야
보수의 본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난파선 같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국회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제1야당의 현주소는 참혹하다. 궤멸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이러니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한국당이 지난주 발표한 ‘당명(黨名)으로 오행시 짓기’ 이벤트 최우수상 5편 중 하나는 “자기 밥그릇을/ 유난히 챙기니/ 한 번도/ 국민 편인 적이 없음이/ 당연하지 않은가”였다. 응모작 2만2500편 중 80% 이상이 한국당을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한국당은 “아픈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며 애써 대범한 척했지만 가슴이 무척 쓰렸을 것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보수가치 재정립 토론회’에선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대선·총선 참패,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도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도, 물으려는 사람도 없다”며 “좌파에 대한 분노를 동원자원으로 삼아 영남 헤게모니와 고령세대 헤게모니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질타했다. 정치학자 양승함은 “강경보수를 재건하자는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다당제 체제에서 한국당을 극우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라디오방송에서 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겨냥해 “보수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근거와 철학을 계속해서 주입하는 ‘보수의 마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에 대한 인지기능도 분명히 퇴화했다”고 했다. 모두 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국당의 위기는 전방위적이다. 전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데다 지지기반이 모호해졌다. 지역 할거주의라는 구시대적 정치 관행에 안주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한지만 따지니 이 꼴이 된 것이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는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이런 지리멸렬한 모습으로는 제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의 한국당은 한국 정당정치의 뒷걸음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보수주의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모색하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말한다. 보수는 진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현장 담론을 지배해 왔다.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둘 중 하나가 지금처럼 흔들리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당이 대통령 탄핵 사태로 타격을 받았다고 해서 현 상태로 눌러앉아 있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차근차근 사태를 추스르면서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는 변화와 개혁이다. 보수정당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 경전’으로 불리는 저서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개혁의 원칙으로 ‘보존(conservation)’과 ‘교정(correction)’을 꼽는다. “변화는 불가피한 이탈을 초래한, 문제가 있는 해당 부분에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교정할지를 찾아내야 한다.

정치학자 강정인은 “과연 민주화 이후 재결집된 한국의 보수주의는 스스로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한가”라고 묻는다. 한국당이 답할 차례다. 예전처럼 이념적 고민 없이 ‘친북 좌파’ 또는 ‘포퓰리즘·중우정치’ 비판으로 때우려 해선 안 된다. 집권 시절의 고도 경제성장 공약은 헛되다는 것을 이제 국민이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전통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지지를 한데 묶어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나아가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틀을 바르게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당의 분발을 당부한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나아갈지를 고민하고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시대정신을 읽고 새로운 인재를 찾아내 새로운 보수를 만들어가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등의 과정에서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다간 그 기회를 놓치고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당의 쇄신은 한국 정치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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