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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책 난맥상이 자초한 서울대 공대 대학원 첫 미달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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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1 23:19:25 수정 : 2017-07-21 23: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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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대학원이 초유의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올해 후기 석사과정 경쟁률이 0.96대 1이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극심했던 2000년 전후에도 서울대 공대 석사과정이 미달한 적은 없었다. 본격적인 연구자를 키워내는 박사과정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대 공대 석·박사 통합과정의 평균경쟁률은 0.76대 1로 추락했고 18개 학과 중 12곳에서 미달했다. 기술입국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학교 쪽 얘기를 종합하면 이공계 대학원 기피 현상은 정부발 변수가 주범이다. 병역특례제 폐지 논란과 탈원전 정책 추진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공계 석·박사 인력은 전문연구요원이 되면 3년간 연구활동으로 병역의무를 대신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방부는 저출산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연구요원제 폐지 방침을 꺼냈다가 과학계의 거센 반발에 보류했다. 탈원전 정책도 이공계 대학원 미달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엔 37명 모집에 겨우 11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공학의 인재 양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운영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이를 통해 사회혁신·교육혁신·전 산업의 지능화 등을 추진해 지능형 국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조직도 개편해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같은 과학기술 입국론은 소리야 요란하지만 허황하게 느껴진다. 4차 산업혁명을 받쳐줄 연구소의 불빛이 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려면 연구자들의 의욕을 살려주는 것이 먼저 아닌가.

일본과 한국의 과학분야 노벨상 스코어는 20대 0이다. 일본은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노벨상을 타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의 연구개발(R&D)비가 적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1위다. 일본의 과학기술이 뛰어난 것은 기초과학 연구 토대가 튼튼한 덕이다. 한국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30.5%에 그치지만 일본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80.1%나 된다고 한다.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제자리서 맴도는 것은 인재 양성에 소홀한 탓이 크다. 섣부른 정책 혼선으로 인재 양성에 재를 뿌리면 기술입국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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