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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황혼에 물든 호수… 별이 뜨면 울려 퍼지는 아리아

입력 : 2017-07-12 19:53:06 수정 : 2017-07-12 19: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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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음악축제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음악축제를 위한 여정의 첫 방문지는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이지만 빈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스위스 취리히를 통해 방문하는 것이 더 가깝고 편리하다. 독일 뮌헨에서 이동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지만 아쉽게도 인천에서 직항편이 없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이 만나는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브레겐츠 보덴호수에서 야외 오페라가 시작된 것은 1946년이다. 1985년부터는 한 편의 오페라를 2년씩 공연한다. 7월 셋째 주부터 8월 셋째 주까지 한 달 동안 보덴 호수 위로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강렬한 무대 불빛이 여름밤을 수놓는다.
스위스를 둘러보는 것은 여행 막바지로 미루고, 취리히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곧장 브레겐츠를 향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공용어가 로망슈어·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네 가지 언어지만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약 64%로 가장 많다. 인접한 국가에 따라 스위스 서부는 프랑스어, 중북부는 독일어, 남부는 이탈리아어를 주로 쓴다. 로망슈어는 동부 그라우뷘덴주에서 스위스 인구의 1% 정도인 5만여명이 사용한다. 거리상 독일과 가까운 취리히에서도 독일어를 많이 쓴다.

렌터카 사무실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금발이 인상적인 여직원이 “구텐 아벤트”라며 독일어로 저녁 인사를 건넨다. 가벼운 인사만 독일어로 주고받은 다음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예약증과 여권, 국제운전면허증을 건네주니 한국 운전면허증도 달라고 한다. 

공연장이 있는 보덴호수 공원에서 체스를 즐기는 관광객들.
통상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국제운전면허증만으로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한국 운전면허증을 요구해서 당황했다. 혹시 몰라 재차 확인하니 꼭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면허증이 있어서 무사히 자동차 키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브레겐츠 야외 공연장 무대 앞 광장에서 많은 사람이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옆 라인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객이 한국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렌터카 직원과 실랑이를 하는 듯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국제면허증으로 운전할 때는 우리나라 면허증을 함께 소지해야 한다고 한다. 같은 내용이 국제운전면허증에 유의사항으로 적혀 있는데도 국제운전면허증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다. 나라에 따라 한국 운전면허증을 요구하지 않기도 하지만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해외에서 차량을 렌트하려면 국내 운전면허증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기간 보덴 호수 주변은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다. 미키마우스로 분장한 사람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주변은 아직 밝다. 여름 해는 길다. 내비게이션에 브레겐츠 숙소를 입력하고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니 두 시간이 채 안 걸려 호텔에 도착했다. 스위스에서 국경선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온 것이다. 호텔은 야외 공연장이 바로 보이는 광장 앞에 위치해 있다. 이맘때면 숙박비가 평소보다 비싸고 예약이 쉽지 않지만 페스티벌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이라 많은 관광객이 선호하는 호텔이다. 다행히 일찍 준비한 덕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체크인하는 시간이 마침 공연이 막 끝난 시간이라 로비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많은 사람으로 웅성거린다. 정장뿐 아니라 편안한 복장으로 방석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무슨 방석인지 궁금했는데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 들어서니 선반 한쪽에 같은 방석이 놓여있다. 불편한 공연장 좌석을 위해 호텔에서 배려해주는 일종의 서비스였다.

객실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보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에 부딪힌다. 늦은 시간이지만 설레는 마음에 밖으로 나섰다. 광장에는 아직 많은 사람이 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호숫가 공연장 바로 옆 레스토랑에는 공연의 여운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레스토랑을 벗어나니 많은 사람이 호숫가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과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기고 있다.

보덴호수 공연장 바로 옆 레스토랑은 공연의 여운을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관광객이 호숫가 벤치에서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기고 있다.
인구 3만명인 이 자그마한 도시의 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한 달 20만명의 관객이 찾아든다. 호숫가 수상 무대에서 올리는 야외 오페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호수 위에 무대가 세워진 브레겐츠 수상 오페라극장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매력을 뽐낸다. 게다가 무대가 바뀔 때마다 강렬하고 예술적인 세트로 관객의 시선을 매혹한다.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브레겐츠에서는 성악가들이 핀 마이크를 사용한다. 스피커 없이 수상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페라를 현실감 있게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2007년 오스트리아 빈대학 음향연구소와 공동으로 ‘브레겐츠 야외 음향’이라는 특별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현장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아리아가 어떨지 벌써 기대된다. 자연스러운 음향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2000년 전 지어진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특별한 음향장치 없이 공연하는 베로나 야외 오페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브레겐츠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가 맞대고 있는 보덴 호수에서 야외 오페라를 시작한 것은 1946년이다. 1985년부터는 한 편의 오페라를 2년씩 공연한다. 7월 셋째주부터 8월 셋째주까지 한 달 동안 보덴 호수 위로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강렬한 무대 불빛이 여름밤을 수놓는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공연 무대가 보인다. 무대 위로 ‘투란도트’의 세트가 어둠에 싸여 있다. 공연장 주위로 아직까지 아름다운 공주가 부르는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텅 빈 무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 호텔로 돌아왔다. ‘투란도트’의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처럼 설렘으로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이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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