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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마우스·식기·수건 '슬쩍'… 소상공인 울리는 ‘바늘도둑’

입력 : 2017-07-09 19:14:49 수정 : 2017-07-10 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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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수백장 수건 없어진 목욕탕/창피함 주려 ‘훔친수건’ 글 새겨/24시간 CCTV 감시도 소용 없어/온라인상서 ‘전적’ 자랑하기도/전문가 “자기 만족·윤리불감 탓”/액수 작아도 처벌… 양심 지켜야
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 카운터에는 ‘헤드셋이나 마우스 가져가는 사람을 신고하면 4만원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PC방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 6대가 설치돼 종업원이 24시간 감시한다. 이 PC방에서 한 달에 없어지는 헤드셋은 10여개. 마우스나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 등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도난당했다. 고육지책으로 ‘절도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도난 물품이 조금 줄었을 뿐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 목욕탕에는 손님들이 쓰는 수건에 ‘훔친수건’이라고 프린트 된 수건을 2000여장 비치해놨다. 한 달에 많게는 100장 이상의 수건이 사라지면서 취한 조치다. 몰래 수건을 가져가는 얌체 손님들이 이 글을 보면서 창피함을 느끼라는 취지다.

이처럼 PC방 등 이용 업소의 ‘자잘한 재산’을 아무렇지 않게 슬쩍 하는 ‘바늘도둑’들이 소상공인을 울리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상습적으로 샴푸와 린스, 휴지, 헤어드라이기를 훔쳐가는 손님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씨는 “한 달에 도난당한 물품들의 액수를 합하면 수십 만원에 달한다”며 “처음에는 샴푸와 휴지를 아예 제공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펜션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30)씨도 개업 당시 해외에서 들여온 독특한 접시나 컵, 나이프 등 식기를 비치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름대로 공을 들여 마련한 식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줄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저렴하고 평범한 식기만 구입해 영업한다.


전문가들은 각 업소의 서비스 이용객 중 일부가 아무렇지 않게 업소 비품을 훔치는 것을 놓고 ‘생계형 절도’라기보다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쾌락형 절도’라고 지적한다. 저렴한 물건이라고 ‘집에 가져가 써도 괜찮겠지’라는 이기주의와 윤리불감증이 바늘도둑을 부추긴다고 본다.

경기대 공정식 교수(범죄심리학)는 “바늘도둑 현상은 식당이나 카페 등에 비치된 물품이 이용자인 자기 소유라고 착각하는 도덕적 의식 결여에 가깝다”며 “훔쳐가는 사람들 대부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재미삼아 그러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일부 이용자가 카페에서 색깔별로 훔쳐온 빨대를 게시하거나 식당 휴지를 대량으로 가져와 집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자랑삼아 올리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1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 현황은 2011년 1만563건에서 지난해 1만4810건으로 4000건 넘게 늘었다. 1만∼10만원 이하의 절도범 역시 같은 기간 3만9566건에서 5만1511건으로 1만2000건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업소 운영자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몰래 가져가다 보니 손실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연한 절도범죄 피해를 당한 것임에도 건건이 따지면 소액인 탓에 절도 의심자를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소액 물품이더라도 소유권과 점유권은 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몰래 가져간 행위도 절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업주들로선 피해 사례별 액수가 작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업주의 입장을 헤아리는 소비자의 양심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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