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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란정보 유통창구 된 ‘트위터’… 미성년자 무방비 노출

입력 : 2017-06-28 18:51:56 수정 : 2017-06-29 10: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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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유해 게시글’ 온상
직장인 장모(29·여)씨는 최근 트위터에 ‘강남역’을 검색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 대학 동창을 만나기로 해 트위터를 통해 맛집을 물색하려 했는데, 오피방(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피스텔), 키스방(유사 성매매 업소), 텐프로(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중 상위 10%를 일컫는 은어) 등 낯 뜨거운 단어로 가득한 트윗(트위터에 올리는 글)이 속출했기 때문. 장씨는 “트위터가 불법 성매매 업자들의 영업 공간이 된 것만 같더라”며 “트위터상의 성매매·음란 정보에 미성년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통 창구로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국내에서 성매매·음란 정보의 유통 창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윗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인 ‘트윗덱’에서 서울 강남역 같은 특정 지역명만 검색해도 각종 성매매, 음란 정보가 휴대전화 번호나 홈페이지 주소와 함께 쏟아져 나온다.
트윗덱 캡처
28일 트윗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인 트윗덱(TweetDeck)을 이용한 결과, 성매매·음란 정보가 담긴 트윗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남역뿐 아니라 강남·논현·선릉·의정부 등 특정 지역명을 번갈아 가며 검색해 보니, 룸살롱·안마·호스트바 같은 해시태그(검색 키워드)를 단 트윗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룸살롱·안마·호스트바 따위의 단어를 검색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일대의 안마 업소 관계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계정 프로필 모습. 그간 올린 트윗이 1만건이 넘고 이 계정을 따르는 팔로어는 1200여명에 달한다. 트위터 캡처
이들 트윗에는 어김없이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 관련 홈페이지 주소가 있고, 해당 트윗을 올린 트위터 계정 이름에는 안마나 오피방 등이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프로필에는 신체 노출이 심한 여성들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이들 트윗은 짧게는 1분도 안 되는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게시되며, 대부분 똑같은 내용인 게 특징이다. 그간 올린 트윗이 1만건이 넘고, 팔로어(트위터를 따르는 사람)가 1200여명인 계정도 있다.

트위터에 이런 정보가 범람하는 문제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5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성매매·음란 정보 시정 요구 건수에서 트위터는 △2012년 93.20% △2013년 80.75% △2014년 62.19% △2015년 70.39% △2016년 72.44%로 매년 과반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에는 1643건 가운데 98.78%에 달하는 1623건이 트위터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SNS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따라 대부분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고,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 SNS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해당 계정에 접속할 수 없게 접속 차단을 요구한다”며 “자율 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트위터·구글 등 국내외 통신 사업자 35개사가 참여하는 ‘자율 심의 협력 시스템(방심위 심의 전, 통신 사업자가 자율 심의를 통해 관련 법규와 약관에 따라 불법·유해 정보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공동 협력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코리아는 방심위 시정 요구나 이용자 신고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트위터 코리아 관계자는 “‘누구나 다양한 발언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트위터의 기본 철학에 근거해 이용자의 자유와 권리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 사전 심의나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용자들의 신고가 있을 경우 트윗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방심위 등 정부 기관의 요청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상에서 성매매·음란 정보가 무분별하게 나도는 건 트위터의 문제가 아닌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의 문제라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사회학)는 “트위터가 다른 SNS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색, 가입 등이 쉬운 점 때문에 (성매매 알선 등) 업자들이 관련 정보를 트위터를 통해 퍼뜨리는 일종의 관행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무작정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고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규제를 비롯해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박창호 교수(정보사회학)는 “미성년 트위터 이용자들이 불법·유해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트위터상에 그런 정보가 만연하고 있는 건 글자 수가 140자로 제한되는 등 이용하기가 쉽고 리트윗(공유) 같은 기능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글을 유포할 수 있으면서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의 특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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