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듯이 G20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적 금융·외환위기 대처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판단에서 주요 20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에 의한 연례회의로 시작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은 다음엔 정상회의로 승격됐다. 그간 주요 7개국(G7)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및 여타 현안에 관한 정상 간 논의에 새롭게 부상한 신흥국과 여타 주요국들로 회원수를 늘려 거버넌스의 민주화를 기했다는 평가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7개국, 유럽 6개국, 아메리카 5개국, 아프리카 1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두 번의 경제위기가 제도화의 동인이 된 만큼 경제적 의제가 핵심이지만 테러와 난민 등도 다뤄졌다.
이번 함부르크 G20은 유럽의 맹주인 독일이 주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억지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제 소개 모두에서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경제·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고쳐가면서 강력하고 균형 있는 지속가능하고도 포용적 성장을 함께 이루자”고 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G20의 목표를 유연성 구축, 지속가능성 향상, 책임 있는 역할 맡기 세 가지에 두고 목표별 5개씩 총 15개의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
G20은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무대이다. G7과 신흥부상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고, 유럽연합(EU)과 같은 강력한 지역협력체가 없으면서 중·일 간 알력이 걸림돌인 아시아그룹의 협력을 견인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일수록 강대국 외교에 함몰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다자무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때 우리의 평화를 위한 지원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커지기 때문이다.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동북아를 넘어서 보다 넓은 무대에서 외교력을 신장시켜 다시 한반도와 역내로 돌아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쓸모 있게 만드는 선순환이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작은 나라이지만 특정 분야나 이슈에서 외교강국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를 보면 다자무대가 국가 간 힘의 불균형을 보완해 주는 데 유익한 장소임을 알게 된다.
다자외교력은 의지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적자원을 길러내기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외국어 능통자가 많아야 함은 물론 국제적 문제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길러져야 한다. 정부나 민간이나 좀 더 국제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물건과 K팝 수출만 잘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재를 길러내 다자무대에 세우자.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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