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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칼럼] G20으로 본 한국의 다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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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5 22:04:14 수정 : 2017-06-25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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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로 둘러싸인 동북아 탈피 / 넓은 무대서 외교력을 신장시켜 / 평화위해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 우리나라 외교가 지향해야 할 길 29, 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그 일주일 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명박정부는 ‘글로벌 코리아’를 기치로 다자외교에 힘썼고, 그 연장선상에서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주최했었다. 이후 지난 정부에서는 다자외교가 별로 활발하지 못했는데 문재인 새 정부는 다시 다자외교를 활성화시켰으면 한다.

주지하듯이 G20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적 금융·외환위기 대처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판단에서 주요 20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에 의한 연례회의로 시작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은 다음엔 정상회의로 승격됐다. 그간 주요 7개국(G7)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및 여타 현안에 관한 정상 간 논의에 새롭게 부상한 신흥국과 여타 주요국들로 회원수를 늘려 거버넌스의 민주화를 기했다는 평가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7개국, 유럽 6개국, 아메리카 5개국, 아프리카 1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두 번의 경제위기가 제도화의 동인이 된 만큼 경제적 의제가 핵심이지만 테러와 난민 등도 다뤄졌다.

이번 함부르크 G20은 유럽의 맹주인 독일이 주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억지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제 소개 모두에서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경제·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고쳐가면서 강력하고 균형 있는 지속가능하고도 포용적 성장을 함께 이루자”고 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G20의 목표를 유연성 구축, 지속가능성 향상, 책임 있는 역할 맡기 세 가지에 두고 목표별 5개씩 총 15개의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우리 정부가 이 가운데 어떤 의제를 선택해 리더십을 보일지 모르겠으나 무역 및 투자 유연성, 데이터 개방을 위한 디지털화, 글로벌 보건, 아프리카와 파트너십, 반부패 등과 같은 의제에서는 나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의제들은 통상국가나 정보기술(IT)국가라는 우리의 정체성에 부합하고, 경쟁력 있는 보건분야 국제화의 기회이며, 한국형 해외원조를 모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러한 의제를 논하는 과정에 기업, 시민단체, 노조, 학계, 연구기관 등 각기 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 대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정부 간 협의과정에 민간이 참여해야 참신한 아이디어도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G20은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무대이다. G7과 신흥부상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고, 유럽연합(EU)과 같은 강력한 지역협력체가 없으면서 중·일 간 알력이 걸림돌인 아시아그룹의 협력을 견인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일수록 강대국 외교에 함몰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다자무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때 우리의 평화를 위한 지원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커지기 때문이다.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동북아를 넘어서 보다 넓은 무대에서 외교력을 신장시켜 다시 한반도와 역내로 돌아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쓸모 있게 만드는 선순환이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작은 나라이지만 특정 분야나 이슈에서 외교강국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를 보면 다자무대가 국가 간 힘의 불균형을 보완해 주는 데 유익한 장소임을 알게 된다.

다자외교력은 의지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적자원을 길러내기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외국어 능통자가 많아야 함은 물론 국제적 문제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길러져야 한다. 정부나 민간이나 좀 더 국제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물건과 K팝 수출만 잘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재를 길러내 다자무대에 세우자.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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