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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조상의 가뭄 극복 지혜 '둠벙'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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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4 15:00:00 수정 : 2017-06-24 1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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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가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양수기, 급수차 등을 동원해 물을 대고 있지만 내부까지 말라버린 메마른 땅을 적시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여름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50~60%를 차지했다. 따라서 물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해 농사의 풍흉이 결정됐다. 양수기도 급수차도 없었던 과거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물을 관리하고, 가뭄을 극복했을까.

경남 고성군 마암면 삼락리에 있는 한 둠벙의 모습.
고성군 제공
2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논에 물을 대 벼를 재배하는 수전농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는 13세기 후반~14세기 초반이었다. 15세기 초반에는 국가단위의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지금처럼 수리시설이 설치된 지역은 많지 않았다. 주로 강우나 지하수에 의존해 경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지역에서 벼농사를 위해 이용되던 관개시설 중 하나는 ‘둠벙’이다.

둠벙은 임시로 용수를 가두어 두는 물 저장고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방언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덤벙, 전남 지역에서는 둠뱅으로 불렸다.

다양한 형태의 둠벙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둠벙은 지하수위가 주변보다 높아 항상 물 고임 현상이 발생하는 곳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소류지를 이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빗물이나 하천수를 끌어와 인위적으로 저장해두는 논 가장자리의 작은 웅덩이와 물의 흐름이 느린 수로도 포함한다.

특히 평지보다 수리시설이 크게 부족한 산간지역에서는 둠벙의 역할이 컸다. 산지에서 계곡물과 같이 차가운 물을 논에 댈 경우 벼 냉해가 발생하기 쉬웠다. 이에 선조들은 둠벙과 연계한 우회 수로, 온수지 등의 수리시설을 설치한 뒤 물을 햇볕에 장시간 노출시켜 수온을 높인 뒤 논에 물을 대는 지혜를 발휘했다. 둠벙은 1970년대 이후 활발히 진행된 저수지와 댐 조성, 관개수로의 전국적 보급, 정부의 농촌근대화촉진법에 의한 경지정리사업과 함께 점차 사라져갔다.

경남 고성군 둠벙의 항공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현재까지도 둠벙을 잘 활용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경남 고성군 거류면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에는 담수가 부족한 해안가를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둠벙이 남아있다. 극심한 이번 가뭄에도 주변 저수지의 물은 완전히 고갈됐지만 둠벙의 물은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해 이 지역은 모두 모내기를 마쳤다. 이 지역 외에도 고성에는 모두 300여개에 이르는 둠벙이 있다.

둠벙은 항상 물이 고여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비상용수 저장고의 기능 뿐 아니라 어류, 수서무척추동물들의 피난처와 서식처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올해 여러 지자체에서 가뭄 대비를 위한 둠벙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수백년 전 농경사회에서 안정적인 농사와 수확량 증대를 위한 선조들의 지혜인 둠벙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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