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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
5년 전 어느 날, 서울 평창동에서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마을버스 한대가 임택(57)씨의 눈에 들어왔다. 마을버스는 좁고 가파른 길을 다니며 사람들을 태웠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큰길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산동네로 돌아왔다. 아마도 마을버스가 본 가장 큰 세상이라곤 기껏해야 평창동파출소가 있는 2차선 도로가 전부였을 것이다. 마을버스를 본 임씨는 쉰 줄에 들어선 자신의 인생이 마을버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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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씨는 동료 두 명과 한국에서 가져간 마을버스를 몰고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해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하기까지 48개국을 장장 677일간 여행했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
임씨는 불현듯 낡은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용도를 다한 마을버스를 잘 고쳐서 저 넓은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거야.”
그는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구입해 세계여행 준비에 나섰다. 마을버스에는 버스회사 이름을 따 ‘은수’라는 이름을 지었다. 동료 2명과 함께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된 여행은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됐다.
신간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는 임씨가 은수와 함께 한 48개국 677일간 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여행은 온갖 사건의 연속이었다. 낡은 마을버스 ‘은수’는 달리고 멈추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에콰도르에서는 휴대전화를 도둑맞아 강도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아이들이 예뻐 찍은 사진 몇 장 때문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유우니 사막에서는 모래폭풍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은 즐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게 가장 어려움이 있었던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추억으로 남았어요. 아무 연고도 없었는데 어려운 상황들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해줬던 현지인들이 있었어요.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했어요.”
세계여행을 마친 그에겐 아직 꿈이 남아있다. 하나는 ‘은수’를 타고 북한을 통과하는 것이다. 임 작가는 “북한을 통과해야 진정한 세계 일주가 완성된다”면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계획은 내년 3월 북극에서 남극까지 자동차로 종단하는 것이다. 현재 청년들과 함께 떠나는 프로젝트로 계획 중이다.
임씨는 “여행을 떠나고 나서 청년이 돼서 돌아온 것 같다”면서 “도전을 하는 한 나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꿈은 나이가 많고 적음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꿈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습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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