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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AI 사회서 다시 인간 중심으로… ‘또 다른 미래’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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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2 21:12:56 수정 : 2018-04-25 13: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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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4차 산업혁명에서 5차 산업혁명으로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의 화두가 되고 있다. 경제와 사회, 문화, 행정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대응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동의하면서도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있다. 응용연구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오늘의 화두가 돼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기초연구는 다르다. 기초연구는 20년 후를 대비하는 연구다. 기초연구는 오늘의 화두를 바라보며 연구하면 안 된다. 오늘 필요한 기초연구는 이미 20년 전에 다른 사람이 해놨다고 봐야 한다. 기초연구자가 오늘 필요한 연구를 하게 되면 아무리 잘해도 2등이다.

그러면 과연 미래 20년 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현대사회의 20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현대사회에서 20년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인간’을 바라보면 된다. 세상을 바꾸는 주체는 인간이다. 결국 인간이 원하는 바에 따라 세상은 변하기 때문이다.

◆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 본능

인간의 본능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독특한 행동특성이라 말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엄마의 젖을 빨고, 병아리가 달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는 것과 같은 타고나는 행동을 말한다. 본능은 동물의 유전자에 각인돼 그 동물의 특성을 규정하는 요소라 이해된다. 동일한 종의 동물은 동일한 본능을 보유하고 있고, 종이 달라지면 본능도 달라진다. 본능은 유전자에 각인돼 있기 때문에 학습을 통해 습득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면 욕구는 무엇인가.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사물을 획득하려고 하는 본능적인 ‘동력’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필요한 무엇이 있으며, 이것이 ‘결핍’돼 있을 때는 이를 얻으려고 하는 욕구가 생긴다. 욕구에는 사물을 획득하고자 하는 물질적인 욕구도 있고, 개인 내지 사회와의 관계를 통해서 충족하게 되는 사회적 욕구도 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인간의 본능과 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본능은 유전자에 의해서 규정되고, 유전자는 수만년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 7만년 전 언어기능을 갖게 되는 돌연변이가 발생한 이후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다.

◆매슬로 욕구 5단계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단계별로 만족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1943년). 이것은 인간의 성장단계를 설명하는 발달심리학의 많은 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인식됐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는 아래와 같이 정의된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에 대한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 4단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했다. 그리고 앞 단계가 만족돼야 그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를 따라 가면서 미래 인간의 행동을 예측해 보자. 1단계 배고픔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생리적인 욕구는 미래에는 친환경식품을 원하는 방향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한다. 2단계의 위험으로부터 해방을 원하는 욕구는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3단계인 사회적 욕구는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서는 현재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IoT)을 넘어서, 인간 신경과 인터넷의 연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4단계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차별화로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남과 다른 옷을 입고, 남과 다른 자동차를 타는 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 마지막 5단계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놀이 또는 여가활동으로 발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본능이 가르쳐 주는 미래사회

이상과 같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의 발현 양상을 살펴보니, 막막해 보이던 미래 세상이 어느 정도 그려지는 것 같다. 배고픔의 고통에서 해방된 인류는 더 나은 식료품을 먹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당한 칼로리를 포함하고 건강에 좋은 식료품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는 기본적으로 전쟁이나 폭력에 대한 안전에 대한 욕구로 발현될 것이다. 상당부분 안전이 보장된 현대사회에서는 질병으로부터 해방이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관리와 생명 연장에 대한 노력과 이에 관련된 산업이 크게 번성할 것이다. 개인별 유전자 정보에 맞는 맞춤형 약품과 치료가 활성화 될 것이다.

욕구 3단계인 사회적인 욕구는 이미 인터넷과 IoT로 초연결시대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는 인간의 연결의 욕구는 사이보그, 신경통신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뇌신경 신호를 추출해 컴퓨터가 로봇 팔을 작동시키고 있다. 미래에는 이 기술이 일반화돼 일반인과 기계 사이의 통신에 활용될 것이다. 즉, 신경통신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오면 언어나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뇌와 기계가 직접 통신을 하게 될 것이다.

4단계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좋은 일을 해 칭찬을 받는 것은 물론 소비생활을 차별화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고객 맞춤형 서비스, 3D 프린팅 생산이 활성화될 것이다. 끝으로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기만의 만족을 위한 활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을 위한 여가활동, 엔터테인먼트, 펀(Fun)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상 살펴본 기술과 생활의 변화에 따라 돈의 흐름이 변할 것이고 당연히 산업이 변할 것이다.

◆ 5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기초연구

현재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인공지능(AI)이 사물을 관장하는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다. IoT, 빅데이터, AI가 결합해 이루는 플랫폼은 인간이 없어도 자동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인간이 없어도 잘 동작한다는 말은 ‘인간소외’를 말한다. 수만년 전부터 지구상의 모든 사물을 관장하던 인간의 위상에 큰 타격이다. 오히려 인간이 개입해 의사결정을 하는 생산시스템은 효율성이 떨어져 세상에서 점차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을 플랫폼과 연결하고자 하는 욕구는 뇌신경통신이 해결해 줄 것이다. 신경통신은 시간 지연없이 실시간으로 인간을 폴랫폼과 연결해 작동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개인별 유전자 정보와 빅데이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AI가 사물을 관장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이 다시 관장하는 ‘5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초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상륙작전은 67년 전 6·25전쟁에서만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오늘의 기초연구에서도 필요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기초연구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전선에 매몰돼서는 승기를 잡기 어렵다. 미리 내다보고 중간을 치고 올라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낙동강전선에 교착돼 있는 이 순간에 기초연구진은 인천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함포사격을 많이 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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